불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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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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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수는 박경리 소설의 발전에 대해, 개인적인 불행을 다룬 단편이 「김약국의 딸들」에서 한 가정의 불행으로 확대되고 「파시」에서는 한 사회의 불행으로 진전되었다가 「시장과 전장」에서는 민족의 비극으로 발전되었으며 결국 토지에 이르러 모든 종합이 완성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치수,「비극의 미학과 개인의 한」, 『박경리와 이청준』민음사, 1982, p31.
그만큼 『토지』의 문학적 위상은 대단이 높으며 『토지』이외의 다른 박경리의 단편작들은 박경리 문학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대한 걸작 『토지』의 주제의식 및 미학적 특질을 예고하는 여러 요소들을 보여주는 박경리의 초기 작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박경리의 초기 작품 「불신시대」는 9.28 수복 전야에서 유엔군의 폭격으로 남편을 잃고 마취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의사의 무책임한 뇌수술로 아들까지 잃은 진영이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진영을 둘러싸고 있는 전후 현실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 친족간의 관계, 제도와 인간관계가 모두 추악한 부정과 위선, 계산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이 추악한 사회는 성당과 절, 친척 관계인 간월동 아주머니, 병원을 통해 드러난다.
병원은 진영이 사회의 부정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는 장소이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도수장 속의 망아지’처럼 진영의 아들 문수를 죽인 병원은 주사약의 분량을 속이고, 엉터리이며, 빈 약병을 팔면서 또 다른 병자들의 목숨을 돈과 맞바꾼다. 성당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죽어 없어져 어디에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혹시나 문수가 천당에서 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찾아간 성당이지만 그곳 역시 예수 사랑하라며 눈감으라 하고서 신 도둑질을 하는 곳에 불과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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