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나목을 읽고 독서경시대회 우승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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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한 망상은 미래에 대한 망상보다 듣기에 구질구질하고 때로는 처참하게조차 느껴져 끝내 들어줄 수 있는 참을성이 나에겐 없었다. 명동은 밝고 흥청댔다. 나는 날씬한 마네킹이 걸친 푹신한 외투를 실컷 선망하고 유쾌한 침팬지를 보고 마음껏 소리 내어 키득대기도 했다. 침팬지는 리드미컬하게 어깨춤을 추고 껌둥이 인형은 위스키를 연거푸 따라 마시고 신나게 징을 두드렸다. 두 놈은 아주 호흡이 잘 맞아 한 놈이 점 점 빠르게 위스키를 따라 마실 수록 한 놈은 주흥을 돋우듯이 점 점 세게 징을 쳤다. 그러자 구경꾼들은 덩달아 전신을 흐느적대고 웃고 또 웃었다. 나도 웃었다. 웃다 웃다 나중에는 눈귀에서 눈물이 흐르도록 웃었다. 눈귀의 눈물을 닦고 사람들이 흩어지고 새 사람이 오고하는데 나는 그저 망연히 서있었다.”
나목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안고 살아가는 1950년을 전후한 시대가 주 배경이다. 주인공 이경은 명동 PX초상부에서 미군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며 돈을 버는 ‘환쟁이’이다. 그녀는 특별히 삶에 대한 애착이나 즐거움을 갖지 않으며 세상에 대한 지독한 환을 느끼며 남의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산다.
삶의 큰 낙이 없는 것 같은 그녀의 유일한 낙은 명동 한복판 완구점에서 유머러스한 인형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태엽을 감으면 우스운 모습으로 춤을 추는 침팬지와 쉬지 않고 진탕 술을 마셔대는 껌둥이 인형을 구경하는 일. 전쟁으로 인해 우울과 씁쓸함에 사로잡힌 우리 민족과 원체 힘이 없이 백인들에게 당하는 가장 나약한 민족의 상징, 흑인을 춤추는 침팬지와 거푸 술을 들이키는 껌둥이 인형으로 희화화 시킨 느낌을 받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경과 명동 한복판의 구경꾼들은 그것들에 자신들의 모습을 느끼고 폭소에서 실소로, 실소에서 결국 비애와 좌절로 변모되는 감정을 완구점의 인형들로 잘 표현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한편 그녀는 같은 곳에서 일하는, 황량한 풍경을 담고 있는 눈을 가진 화가 옥희도씨에게 훈훈한 친근감을 느끼고 그를 사모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처자식이 있다. 이경은 그의 부인에게 모정과 질투의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끼고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옥희도씨의 집에서 그가 캔버스 위에 그린 부연 회색빛 안개 속에 가시만 앙상한 고목을 보며 이경은 그의 아내에게 저런 그림을 그리는 선생님의 심정이 안됐다며 차라리 자신의 나체를 그리게 하겠다는 당돌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경은 그에게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내뱉지만 결코 자신의 고백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든지 그에 따라 자신들의 관계를 발전시킬만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도, 원치도 않는다. 둘은 보통 연인들의 관계와 같은 농밀하거나 달콤한 사랑을 나누진 않는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