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서평- 너와 나의 지금을 안타까워하며

소개

우석훈, 박권일 씨가 쓰신 `88만 세대`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개인적인 감상과 함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사회학과 관련 수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재수를 한 내가 두 번째 수능을 마친 어느 날이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았던 초등학교 동창 녀석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잘 지내냐는. 언제 한 번 만나자는, 자기가 술 한 잔 사겠다는 뭐 그저 그럴 법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친구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가 좋은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를 소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3일만 나가면 괜찮은 일당은 물론이고, 일만 잘하면 앞으로 계속 원할 때 나와서 일할 수도 있다는 설명에 미심쩍으면서도, 귀가 얇은 나는 그 얘기에 혹해서 친구가 나오라고 한 날에 아침 일찍 눈을 비비면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오전 반 나절 내내 하얀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크지 않은 네모난 방에서, 연이어서 들어오는 ‘선배님’들의 지겨운 얘기를 반복해서 들어야만 했다. 나갈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는 구조 속에서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TV 시사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다단계의 실태를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이야. 이렇게 허황되고 끝이 빤히 보이는 얘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감시 아닌 감시를 피해 몰래 뛰쳐나와서, 나를 불렀던 그 친구를 며칠 동안 설득했지만, 끝내 그 친구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를 믿으라고, 곧 돈을 벌게 될 거라고,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거라는 말 뿐이었다. 아직도 후회가 되는 것은, 내 노력은 며칠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 친구에게는 아직도 연락이 없다는 사실이다.

참고자료

· 우석훈, 박권일. 88만원 세대. 2007. 서울 : 레디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