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덕무의 청언소품

목차

1. 들어가는 말

2. 책에 미친 한 선비의 고독한 내면 풍경
1)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전(看書痴傳)
2) 이서구에게 보내는 편지
3) 친구(벗)
4) 얼굴
5) 누이를 위한 제문
6) 밥벌레
7) 그 한 순간
8) 집중
9) 시작과 마무리
10) 말똥과 여의주

3. 맺는 말

본문내용

1. 들어가는 말

겨울밤이었다. 이웃집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서운 바람은 창 틈을 비집고 방안에까지 눈발을 흩날린다. 눈은 등잔에도 벼루 위에도 떨어진다. 군불도 때지 못한 냉골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공허한 물음을 되뇌인다. 화로의 식은 재 위로 뜻도 모를 낙서만 계속한다. 가물대는 등불을 가만히 쳐다본다.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허망한 그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러다 문득 옛 사람의 위대한 행실과 고상한 절개가 역력히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똑바로 앉아 눈썹을 내리 깔고 손을 모은 채 《논어》를 읽는다. 처음에는 꺽꺽하던 소리가 차분해지더니 답답하게 차 오르던 기운이 가라앉고 정신이 맑고 시원해졌다.

이덕무(1741-1793)가 《이목구심서》에서 적고 있는 어느 몹시 춥던 겨울밤의 방안 풍경이다. 그 날 일기 끝에 그는 이렇게 썼다. “공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온화하고 화평한 말 기운으로 나로 하여금 거친 마음을 떨쳐 내어 말끔히 없어지게 하고, 평정한 마음에 이르게 한단 말인가? 공자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거의 발광하여 뛰쳐나갈 뻔하였다.”

참고자료

· *금동현, 『한림대소동고전연구16』「이덕무 문학이론의 사상적 토대와 그 의미」, 한림대학교, 1999
· *이화형, 『이덕무의 문학연구』, 집문당, 1994
· *류재일, 『이덕무의 시문학연구』, 태학사, 1998
· *정민,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열림원,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