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신학 연구 - 사무엘상 15장 35절의 '하나님의 후회'를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소개

사무엘상 15장 35절의 "여호와께서 사울을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더라"는 구절에 대한 연구 리포트입니다.
이 리포트에서는 불변하시는 하나님이 어떻게 '후회'하실 수 있는지에 대한 신학적 딜레마를 다룹니다. '후회'로 번역된 히브리어 '나함'(נָחַם)의 원어적 의미(슬픔, 위로, 뜻을 돌이킴)를 분석하고, 이를 신인동형론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하나님의 본질적 불변성과 관계적 대응의 변화를 조화롭게 설명합니다.
또한 라쉬, 마이모니데스, 아브라함 헤셸의 '신의 파토스' 등 유대교의 풍부한 해석 전통을 통해 사울의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깊은 슬픔을 조명합니다. 더 나아가, 이 주제를 참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하고, 강단에서 어떻게 설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여 목회자와 신학생, 성도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목차

0. 서론: 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후회라는 역설

1. 제1부: 단어의 심층 분석: 히브리어 ‘나함’(נָחַם)의 원어적 의미
1.1. 어원과 기본 개념: ‘깊은 한숨’에서 시작된 의미의 확장
1.2. 구약성경에 나타난 ‘나함’의 용례: 후회, 위로, 그리고 뜻을 돌이킴
1.3. ‘슈브’(שׁוּב)와의 비교: 하나님의 ‘나함’과 인간의 ‘회개’의 차이
1.4. 사무엘상 15장 35절의 ‘와이나켐’(וַיִּנָּחֶם): 하나님의 슬픔에 대한 문법적 고찰

2. 제2부: 신학적 딜레마와 그 해소: 하나님의 불변성과 하나님의 후회
2.1. 성경이 증언하는 불변하시는 하나님 (The Immutable God)
2.2. 성경이 묘사하는 후회하시는 하나님 (The Repenting God)
2.3. 신인동형동성론(Anthropopathism)적 해석: 인간을 위해 자신을 낮추시는 하나님의 언어
2.4. 관계적 관점에서의 이해: 하나님의 본질은 불변하나, 인간의 변화에 대한 그분의 대응은 변한다

3. 제3부: 전통의 목소리: ‘후회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유대교적 해석
3.1. 랍비 문헌의 통찰: 라쉬(Rashi)의 주석을 중심으로
3.2. 철학적 접근: 마이모니데스(Maimonides)의 신적 속성과 비유적 해석
3.3. 아브라함 헤셸(Abraham Heschel)의 ‘신의 파토스(Divine Pathos)’: 가장 많이 움직이시는 부동자

4. 제4부: 서사의 중심: 사울의 불순종과 하나님의 슬픔
4.1.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사울의 죄의 본질
4.2. 자기기만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 왕의 실패의 근원
4.3. 찢겨진 옷자락과 찢겨진 왕국: 하나님의 ‘후회’와 사울의 폐위의 필연적 연결

5. 제5부: 실패한 왕에서 참된 왕으로: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결
5.1. 다윗을 넘어 그리스도에게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의 필요성
5.2. 성육신하신 파토스: 예루살렘을 보며 우시고, 우리 죄를 슬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5.3. 참된 위로자(נָחַם): 이스라엘의 위로이신 예수와 보혜사 성령

6. 제6부: 강단을 위한 제언: ‘후회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6.1. 신학적 긴장을 피하지 말고 끌어안기
6.2. 우리의 죄를 슬퍼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선포하기
6.3. 하나님의 슬픔(나함)을 통한 인간의 회개(슈브)로의 초대
6.4. 변함없는 사랑과 깊은 공감 사이에서 발견하는 참된 소망

7. 결론: 십자가에서 해결된 하나님의 슬픔

8. 참고문헌

본문내용

성경의 가장 심오한 신학적 통찰은 종종 해결하기 어려운 긴장과 역설 속에서 발견됩니다. 사무엘상 15장은 바로 그러한 신학적 폭풍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 한 장의 기록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본성에 대한 두 가지의 상반되어 보이는 진술과 마주하게 됩니다. 11절과 35절은 여호와께서 사울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다’(נִחַם, nicham)고 두 번에 걸쳐 명백히 기록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사이 29절에서는 선지자 사무엘의 입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존자는 거짓이나 변개함이 없으시니 그는 사람이 아니시므로 결코 변개치 않으심이니이다”라고 단호하게 선포됩니다.
이 명백한 긴장감은 단순한 수사적 문제를 넘어, 기독교 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어떻게 절대적이고, 전지하며, 영원부터 영원까지 동일하신 불변의 존재가 유한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처럼 ‘후회’라는 감정적, 의지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 하나님의 영원한 계획과 역사 속에서의 그분의 관계적 개입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신학적 난제입니다. 혹자는 이를 성경 저자들의 신학적 미성숙함이나 모순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 긴장이야말로 하나님의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초대하는 하나님의 의도된 장치임을 믿습니다.
따라서 본 소논문은 사무엘상 15장 35절의 “여호와께서는 사울을 이스라엘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더라”는 구절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후회’가 그의 존재론적 본질(essence)의 변화나 예측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하고자 합니다. 오히려 이는 언약 관계 안에서 인간의 죄와 실패에 대한 하나님의 깊은 슬픔(grief)과 고통(pain)을 표현하는 신인동형동성론적(anthropopathic) 언어이며, 그의 불변하는 거룩함과 사랑에 기초한 관계적 대응(relational response)의 필연적 표현임을 논증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히브리어 ‘나함’(נָחַם)의 원어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하나님의 불변성이라는 교리와의 신학적 조화를 모색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대교의 풍부한 해석 전통을 탐구하고, 본문의 서사적 맥락을 면밀히 살핀 후, 이 모든 논의를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 안에서 종합하여 강단에서 이 주제를 어떻게 설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후회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실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가장 깊은 사랑과 관계적 열망을 드러내는 은혜의 통로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Alter, R. (2000). The David story: A translation with commentary of 1 and 2 Samuel. W. W. Norton & Company.
· Brueggemann, W. (1990). First and Second Samuel: Interpretation, a Bible commentary for teaching and preaching. John Knox Press.
· Fretheim, T. E. (1988). The repentance of God: A key to evaluating Old Testament God-talk. Horizons in Biblical Theology, 10(1), 47–70.
· Heschel, A. J. (2001). The prophets. Perennial Classics. (Original work published 1962).
· Johnson, B. J. M. (2019). Characterizing chiastic contradiction: Literary structure, divine repentance, and dialogical biblical theology in 1 Samuel 15:10-35.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138(3), 537-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