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체성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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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물음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내가 매일 쓰고 듣고 먹고 걷는 방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어떤 날은 말투 하나, 어떤 날은 식탁의 국물 하나가 내 안에서 이상하게 무거운 의미를 만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사는 일상의 바탕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졌다. 책은 바로 그 욕구를 파고들었다.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생활의 피부에서 만져보게 이끌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설명하려 하면 막막했던 감각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첫 부분은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가다듬는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진열장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습관과 기억, 제도와 관습, 기대와 불안이 얽히면서 만들어진 무늬라는 시각이 중심에 놓여 있다. 그 무늬는 한 번 짜이면 끝나는 무늬가 아니라 끊임없이 손이 가는 베틀과 같다. 실이 바뀌기도 하고, 결이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엉킨 매듭을 푸느라 멈추기도 한다. 그런 비유를 떠올리면 정체성을 둘러싼 다툼과 오해도 한결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다. 불변의 돌덩이가 아니라 손때 묻은 직물이라면, 그 결을 두고 말이 엇갈리는 상황도 이해가 간다.

저자는 한국적인 것의 존재 여부를 단정하지 않는다. 있다고 말해도 틀리다 말하기 어렵고, 없다고 말해도 바로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장면에서 사람들은 공통의 감정이나 반응을 보이고, 그 반복이 한 사회의 습으로 굳어지는 과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길게 줄이 선 가게 앞에서 먼저 온 순서를 묻는 말투, 작은 접시를 여러 개 놓고 함께 먹는 식사법, 연장자에게 눈을 낮추는 몸짓 같은 것이 그러한 예로 흔히 거론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관습이 만들어내는 공기 속에서 성장한 사람은 비슷한 결의 예민함을 공유하게 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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