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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그랜트의 책을 읽고 나서 내 눈앞에 있던 관계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졌다고 느꼈다. 그동안 나는 도움을 건네는 태도가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곤 했다. 주변에서 흔히 듣던 말은 받는 사람이 이익을 챙기고 주는 사람이 뒤로 밀린다는 식의 경고였는데, 책은 그 익숙한 믿음을 뒤집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몇 가지로 나뉘고, 그중 베푸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오랫동안 더 넓은 신뢰를 얻는다는 연구와 사례가 이어진다. 덤덤한 문장 속에 담긴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움직였고,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었다. 누군가를 연결해 주고, 시간을 조금 떼어 내어 도와주고, 정보를 나누는 작은 행동이 멀리 가서 돌아온다는 메시지가 내 일상과 맞닿아 있었다. 그 연결점이 분명해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늦어졌고, 문장 사이에 서서 내 태도를 점검하게 되었다.

책이 제시하는 구분은 어렵지 않다. 먼저 얻으려고만 하는 사람, 받은 만큼 되갚으려는 사람, 먼저 주는 사람으로 나뉜다. 겉으로 보기에는 먼저 주는 사람이 늘 유리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실제로 남을 돕느라 시간을 다 쓰고 지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책은 같은 베풂이라도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쌓인다고 말한다. 무턱대고 요구를 다 받아들이는 태도는 계속 소모되고 주변에서 만만하게 보게 만든다. 반대로 경계와 원칙을 갖춘 베풂은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결국 기회가 되어 되돌아온다는 흐름이 여러 장면에서 드러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말하기가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보통 발표나 토론에서 틀릴까 두려워 말을 아끼거나, 완벽해 보이려 애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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