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디잘아서(이돈형시집)감상문

소개

"잘디잘아서(이돈형시집)감상문"에 대한 내용입니다.
상여, 무섬, 쓰다듬다, 어둠, 빈집 등 선택한 시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목차

1. 상여
2. 무섬
3. 쓰다듬다
4. 어둠
5. 빈집

본문내용

상여

사람이 사람을 메고 허물어져라 상여 나간다

죽음이 출렁이는 하늘 아래를 머리로 이고 삶이 출렁이는 땅 위를 발로 밟아가며 상여 나간다

흰 상여 나간다

가벼움을 한줌 번쩍 들고 가는 사람들과 한줌의 가벼움이라도 남았을까 두 손 탁 놔버린 사람이

모두 희어서 눈부신 멸망

있음도 없음도 아닌 죽음을 떼메고 사람들은 왜 왔었소 왜 왔었소 내딛고 한 사람은 왜 왔었나 왜 왔었나 내딛는다

요령소리에 갯바람이 불어오다 한 소식 나가신다고 두 갈래로 갈라져 그 몸을 숙이고

뒤따르는 자들마저 마음이 희어서 죽음에 장단맞춰나간다

흰 상여 나가신다

(쪽 번호 28, 29)

(감상문)

이 시는 잠시 밀어두었던 죽음에 관한 생각을 다시 끄집어내어 좋았다. 죽음은 나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왔으나 지난해부터 부쩍 죽음에 관한 생각이 많아졌다. 이시는 땅 위, 하늘 아래 공간에 죽음과 삶이 함께 출렁거림을 새삼 깨닫게 한다. 망자와 산 자에게 의미가 다른 듯하지만 곱씹어보면 똑같은 무게를 지닌 가벼움, 이 중의적인 가벼움이 눈부신 것도 놀라운데 또 멸망이라니! 죽음을 표현한 흰색은 빨강, 초록, 파랑 빛의 3원색을 합친 색인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이 어떤 색상의 삶이더라도 이 모든 삶을 겹치면 흰색으로 통일된다는,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비유가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에서 동료들 부모님 장례식에 문상을 다니며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난해 고등학교 동창 부인상 부고를 받고 원자력병원으로 달려갔었다. 주로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죽음이 항상 주위에 있고 나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심각하게 몇 주를 지난 기억이 있다. 상여를 마지막으로 본건 십여 년 전 경북 청도의 직장 동료 부친상이 났을 때였다. 만장 휘날리며 긴 논두렁을 끌고 나서는 상여와 허공에 후릿그물 던지듯 후벼파던 요령잡이의 소리는 지금도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