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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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주제로 한 책은 많다고 생각했지만, 김민형 교수가 쓴 이 작품에서 느낀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서점에서 책을 펼쳐보았을 때부터 수학이라는 분야가 주는 무거운 이미지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긴 공식을 빼곡히 써놓고 어렵게 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무대 위 강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기분을 느낄 만한 전개가 펼쳐져 있었다. 서두에서부터 수학이 인간 사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어떤 도구 역할을 해왔는지 설명이 이어지는데, 마치 오래된 문헌 속 진귀한 지도라도 꺼내 든 것 같은 생생함이 있었다. 게다가 김민형 교수의 표현 하나하나가 제법 여유로웠다. 딱딱한 분위기 없이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평소 수학을 멀리하던 사람이라면 느끼기 힘든 경지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일화들을 건네주고 있다. 수학이란 학문이 갑작스럽게 우리 일상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정교하게 기능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학의 쓰임새가 어쩌면 조금 낯설어도 금세 끌려 들어가게 된다.

가령 확률과 통계의 관점으로 인간의 삶을 해석해보는 시도가 나온다. 간단한 예시부터 복잡한 예측 모델까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수학이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고의 폭이 조금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교수가 소개하는 여러 개념은 실제 사회 현상과 직결되어 있다. 도박이나 금융 거래, 주가 변동 같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수학적 모델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철학적 태도가 깔려 있는지 등을 서서히 펼쳐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수학이 지나치게 이론적인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기호나 논리 체계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주 미묘한 차이를 해석해내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가 어떤 작동 원리를 가지는지도 들려준다. 덕분에 책이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인생 전반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예를 통해 독자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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