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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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여전히 남한산성에 있었다는 문장이 마음속에 내 나라에 대한 절절함을 일으킨다. 옥채를 보존하기 위해선 그 옥채를 옥채가 머물러야할 궁터가 아닌 거칠고 모진 산성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왕을 위해 당연한 일을 하면서도 왕이 겪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질적인 상황의 비참함과 슬픔이 아련히 배어있는 문장이다.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왕과 그 왕을 지켜보는 신하들, 갇혀있는 왕과 신하들을 서서히 옥죄는 적, 이 모든 이들 앞에 명분도 의미도 함부로 입 밖으로 뱉지 못했던 백성들, 그리고 이것을 담담히 ‘사실’로서 기록해야한 했던 사관의 심정이 수묵화의 먹처럼 천천히, 하지만 깊게 내 마음에 새겨지는 듯하다. 슬프고 굴욕적인 역사적 사건이라 그런가? 책의 표지의 화사함과 달리 글을 읽는 내내 눈이 오기 직전의 차갑고 무거운 회백색 하늘의 낮은 어둠처럼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반만 년 동안 삶의 터전을 일구어놓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이 한반도 땅에서 말이다. 역사를 기록한 국가나 사관은 바뀌었지만 ‘하나’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유구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잠시 분단을 겪고 있지만 분리된 땅위에 세워진 ‘같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은 여전히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뿌리가 주변 국가들의 끊임없는 훼방으로 송두리째 뽑혀나갈 위협도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는 우리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침략적 행위이다. 그런데 지속되는 역사적 침략위기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 교육 과정에서 ‘역사’라는 항복의 입지는 점점 약해져 이에 민족의 혼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역사적 상식 수준은 매우 약하다는 언론들의 통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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