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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시아 문화권의 형성과 변화
1.1. 동아시아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양식
동아시아 지역은 일본 열도에서 티베트 고원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다양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생활양식도 상이하다.
동아시아 지역의 지형은 서쪽에 위치한 티베트 고원으로부터 동쪽으로 갈수록 해발 고도가 낮은 구릉과 평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 지역의 기후는 계절풍의 영향을 크게 받아 겨울철에는 추운 편이며 여름철에는 덥고 습한 편이다. 다양한 기후 유형, 즉 온대 기후, 건조 기후, 냉대 기후, 열대 기후 등이 공존하며, 대륙 내부로 갈수록 기온의 연교차가 크다.
이와 같은 기후 조건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의 생업 활동이 결정된다. 강수량이 많은 중국 남부, 일본 규슈 남부,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는 주로 논농사가 이루어지지만, 강수량이 적은 한반도 북부, 중국 화북 지역, 일본 홋카이도 등에서는 밭농사와 목축이 주된 생업 활동이다. 한편 강수량이 400mm 이하인 만주 일부 지역과 몽골 고원 남부 등에서는 유목 생활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각 지역은 자연환경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생업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생업 활동의 차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활양식과 문화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1.2. 농경 사회와 유목 사회의 전개
농경 사회와 유목 사회는 각각 동아시아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양식에 따라 발전해왔다. 농경 사회는 기온과 강수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주로 발달했고, 유목 사회는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주로 발달했다.
농경 사회는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기원전 8000년경 황허강 유역에서 조, 기장, 수수 등을 재배하는 밭농사가 시작되었고, 기원전 6000년경 창장강 하류의 고온 다습한 지역에서 벼농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벼농사 기술이 한반도, 규슈 북부, 베트남 북부 등으로 전파되었다. 농경 사회의 주민들은 경작지 부근에서 정착생활을 하며, 농번기와 농한기를 반복하는 생활양식을 가졌다. 또한 공동 노동을 위한 조직이 발생하였고, 대지를 숭배하는 지모 신앙이 나타났다.
유목 사회는 가축을 기르며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었다. 주로 몽골 고원 및 초원 지역에서 발달했는데,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낮아 농경이 어려운 지역이었다. 유목민들은 가축을 통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얻었으며, 이동식 가옥인 게르에서 거주하였다. 또한 부족 단위로 생활하였고 부족장의 권력이 강했다. 주요한 유목 민족으로는 흉노, 선비, 돌궐, 위구르, 거란, 여진, 몽골 등이 있었다.
농경 사회와 유목 사회는 환경적 차이에 의한 것일 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회는 교역을 통해 곡물, 차, 비단, 가죽모피, 유제품 등을 서로 교환하며 교류하였다. 그러나 때로는 정치적 이유로 교역이 제한되거나 기후 변화로 인해 경계가 이동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1.3. 선사 문화와 고대 국가 성립
신석기 시대에는 큰 강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가 발달하였다. 기원전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온이 온난 습윤하게 변화하자 대형 초식 동물이 사라지고 사슴과 멧돼지 같은 작은 동물이 출현하였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간석기를 제작하여 작고 빠른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신석기 혁명이 일어나면서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토기를 제작하여 음식을 조리하고 곡물을 보관하였다. 또한 뼈바늘로 옷감과 그물을 만들었으며 정착 생활을 하며 움집에서 거주하였다. 사회 생활에서는 씨족과 부족이 형성되어 분업이 발생하고 씨족 장의 권한이 강화되었다. 신앙에서는 애니미즘, 샤머니즘, 조상 숭배, 토테미즘 등이 나타났다.
동아시아 각지의 신석기 문화를 살펴보면, 중국 황허강 유역에서는 양시오 문화와 다원커우 문화가 나타났고 창장강 유역에서는 허무두 문화가 발달하였다. 한반도에서는 이른 민무늬토기, 덧무늬토기, 빗살무늬토기가 제작되었으며 조, 피, 수수 등이 재배되고 돼지와 개 등이 사육되었다. 일본 열도에서는 조문 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주로 사냥, 어로,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베트남에서는 호아빈 문화와 풍우엔 문화가 나타났다.
청동기 문화가 나타나면서 지배층의 무기와 제사용 도구 제작이 증가하여 지배층의 권위가 상승하였다. 중국에서는 통천 문화가 얼리터우 문화로 발전하였고, 상(은) 왕조가 출현하였다. 몽골 지역에서도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었고 청동제 기마 도구와 무기, 거대한 돌무지 제사 유적이 발견되었다. 만주와 한반도 지역에서는 비파형 동검, 청동 거울 등이 제작되었고 간석기인 반달돌칼이 사용되었으며 고인돌도 축조되었다. 일본 열도에서는 한반도에서 청동기와 철기, 벼농사 기술이 전래되어 야요이 시대가 전개되었다. 베트남에서도 기원전 2000년경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었고 동선 문화에서 청동 북이 제작되었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각지에서 청동기 문화가 발달하면서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고 인구가 늘어났으며 사유재산이 출현하고 계급 분화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군사력과 군사 전략이 발달하고 방어 수단도 발전하였다. 다양한 지역에서 고대 국가가 성립하게 되었다.
1.4. 불교와 유교의 전파와 문화 교류
불교는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창시하였으며, 인과응보, 윤회전생, 수행을 통한 해탈, 자비와 평등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대승 불교는 기원전 1세기경 성립되어 부처의 자비에 의한 중생 구제를 강조하고 보살을 중시하였다. 불교는 사막길을 따라 중원 지역으로 전래되었으며, 위진남북조 시대에 중원 지역에 크게 확산되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동진과 고구려에서 불교를 수용하였고, 통일 신라 시대 원효와 의상 등의 활동으로 불교가 대중화되었다. 일본에도 6세기 중엽 백제를 통해 불교가 전래되었으며, 아스카·나라 시대에 불교가 발달하였다.
동아시아 각국에서 불교는 국가와 지배층의 후원 아래 발전하였다. 군주권 강화와 통치 이념화를 위해 수용된 불교는 국가의 지원으로 대규모 사원과 불상 건립 등 불교 문화를 발달시켰다. 선종은 남북조 시대에 달마가 창시하여 신라 말 호족 세력과 결합하며 확산되었고, 일본의 무사들에 의해 발달하였다. 또한 불교는 토착 신앙과 결합하여 토지 신앙이나 별신 신앙 등과 융합하였다.
불교 승려들은 활발한 국제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에 기여하였다. 고구려 승려 혜자는 일본 쇼토쿠태자의 스승이 되었고, 담징은 일본에 종이와 먹 제조법을 전수하였다. 신라의 원효와 의상은 당에 유학하여 불교 교리를 정리하고 일본에 영향을 주었다. 법현과 현장 등의 중국 승려들은 인도로 순례하고 서역기를 저술하였다. 일본의 도다이 사 낙성식에는 당과 참파에서 온 승려들이 참여하였고, 엔닌은 장보고의 도움으로 당에 유학하여 입당구법순례행기를 저술하였다. 이처럼 승려들의 활동은 동서 문화 교류의 통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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