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데미안』을 쓴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환상소설은 어떤 색채일까?
전쟁과 가족사를 겪은 노작가가 쓴 환상적인 이야기
헤르만 헤세가 쓴 환상적인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 『환상소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헤르만 헤세의 환상적인 문학 세계를 한층 더 폭넓고 깊이 있게 맛볼 수 있는 이야기 열한 편이 실려 있다. 아울러 자연의 이미지를 의인화하여 초현실적인 풍경과 상황을 회화, 설치 등으로 작업화하는 장종완 작가가, 헤세의 『환상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 이미지 7점을 수록하여 화보로 구성하였다. 민음사는 1900년부터 1951년까지의 기간에 쓰인, ‘환상적이고 놀라운 사건을 시공의 제약 없이 자유로이 지어낸 이야기’를 뜻하는 『환상동화(Märchen)』와 보다 깊은 통찰과 경험을 담고 있으면서도 읽는 이를 사로잡는 마력은 동화의 매력에 진배없는 『환상소설(Erzählung)』 2종을 함께 출간하여 헤세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정한 ‘환상’의 의미, 헤세 특유의 사상과 미학과 해학을 전달하고자 했다. 헤세는 인생의 만년에 동화를 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과 화합할 길을 찾아내려고 했다. “나 자신의 삶이 동화처럼 보인다.”라는 헤세의 말처럼, 헤세의 동화에는 사랑과 자유, 꿈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형제의 동화와 『천일야화』에 빠졌던 헤세에게,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낭만주의 작품들은 그를 ‘마술적 환상’으로 안내하는 입구가 되었다. 1925년에 쓴 「짧은 이력서」에서 헤세는 이러한 사고의 전환에 대해 고백하고 있다.
“고백하거니와, 나 자신의 삶이 바로 동화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나는 바깥 세계와 나의 내면과 화합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
이러한 연관성을 나는 마술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환상소설』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인간의 내면과 영혼의 탐구를 환상이라는 장치를 통해 깊이 있게 표현한 단편집입니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저는 막막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환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로움에 끌렸습니다.
환상이란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어릴 적 상상 속 모험이나 꿈꾸던 세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서 헤세가 말하는 ‘환상’은 단순한 허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과 내면의 경계에 자리한 심오한 정신세계,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환상에 대해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저는 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믿곤 했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와 학교의 반복된 일상 속에서 제 마음속 작은 공간만큼은 늘 별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