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서

“15세는 ‘아이의 종점’이며, ‘어른의 시발점’에 서 있는 인간의 원형이다.”

‘해변의 카프카’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다. 위의 어른이란, 결국 사람이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고착화되었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어른의 시발점과 아이의 종점에 주인공으로 ‘카프카’는 서 있는 것이다.
의미 없는 생활이 연속적으로 나열되던 때, 이러다가는 생에 대한 인식마저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무엇을 해도 그것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고, 그저 하나의 단순한 행동들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대학교 재학시절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였다. 그 친구는 조금의 주저함 없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추천해주었다. 서점에 떠도는 아류 문학들과는 거리가 먼 책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흐린 하늘에 또다시 무의미를 실감하던 중 서점에 들어갔다. 그 또한 나에게는 의미 없는 행위였다. 이러 저러한 책들을 보던 중 보통의 크기보다 작은 파란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였다.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라서 무심코 책을 집어 들었다. 나는 습관적인 행위 마냥 책을 펴고서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겨 갔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며, 한 구절씩 읽어 내려가면서 마침내 내 의식 속에 존재하던 ‘무의미’는 ‘의미’를 얻어갔다.
15세 소년의 가출, 카프카는 15세라는 것에 집중하는 듯 하다. 15세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사이의 어떤 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고와 동작 모두가 유연하다. 하지만, 어른은 고정된 가치관과 딱딱한 동작들을 갖는다. 그 아이와 어른의 공간 속에 15세라는 것은 다양성이 단일화되는 즉, 여러 무질서가 하나의 가치관으로 자리잡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기에 ‘15’라는 단순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러한 사고의 과정에서 주위에 있지만 의미가 없는, 아니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나의 딱딱한 가치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엇이든 큰 충격을 주는 것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쫓기만 했던 나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무의미의 연속이었던 나에게는 그 의미의 부여라는 것이 가슴 한 쪽에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설 속에서 소년은 가출을 한다. 그것은 아버지의 알 수 없는 그리고 기분 나쁜 예언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였다. 그 도피의 과정에서 소년은 이상한 일을 겪는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생일이 지나지 않았음에 안심한다. 그것은 그가 생일을 넘기지 않았기에 즉, 어른이 아닌 15세라는 사실의 지속성이 유지되기에 하는 생각으로 여겨진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사건들, 작가는 그러한 초현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이상적인 가치관들에 집중하는 ‘어른이 아닌’ 즉, ‘아이’들의 특징을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작가의 글귀 속에 장치되어 있는 이러한 것들을 파악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나 역시 그것이 옳든, 그릇된 것이든 어떠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작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한다. 그러한 생각의 고리는 작가와 독자인 나를 연결시켜주는 열쇠이지 않는가.

목차

없음

본문내용

‘15세 소년의 가출’ 그리고 일본 변경 지역에서의 이상한 사건, 이 두 가지의 큰 카테고리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전쟁의 긴장감 속에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과 이 사건으로 인해 기억하는 그리고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한 사람, 나카타. 이 사람은 사고능력과 기억능력 상실로 인해 지능이 낮다. 작가는 사고능력과 기억능력을 상실시킴으로써 아이의 단계에서 멈춰버린 사고와 유연성을 갖는 한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내 나름의 의미를 한번 부여해 보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변해 가는 소년 ‘카프카’와 대조를 이루게 하려 하는 것이다.
결국, 예언대로 되어버린 일들, 그것을 통해 작가는 카프카 아버지의 예언 즉, 어른의 딱딱한 가치관 성립에 카프카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야”
소년은 잠에서 깨어나고, 새로운 일부가 되어 있다. 잠을 잠으로써 우리 의식은 무의식으로 간다. 즉,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린다. 소년은 아이였던 의식을 무(無)로 돌리고, 어른으로서의 새로운 의식을 유(有)로 잠을 통해서 돌렸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세계는 이미 상실과 파괴 위에 세워져 있어’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無)가 유(有)로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카프카는 여러 가지 사건에 직면한다. 그 사건은 초현실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에 처해 있는 카프카에게 역시 초현실적 존재인 까마귀 소년이 등장하여 조언을 해준다. 초현실 존재로서의 까마귀 소년은 작가를 대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