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신사 숙녀들의 커밍아웃-성미정『대머리와의 사랑』「가둔다」, 황병승『여장남자 시코쿠』「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의 겨울」

소개

외로운 신사 숙녀들의 커밍아웃-
성미정『대머리와의 사랑』「가둔다」, 황병승『여장남자 시코쿠』「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의 겨울」을
화자와 어조의 입장에서 서술한 글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들어가며
‘소설이 시점의 문제라면 시는 화자의 문제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배우들이 하는 것만 연극이 아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 또한 각기 다른 인물들, 사물들, 나아가 관념을 연기할 수 있다. 어떤 퍼소나를 쓰고 이야기하느냐, 즉 누구를 시적 화자로 선택하느냐는 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이다.

1.
꽃씨를 사러 종묘상에 갔다 종묘상의 오래된 주인은 꽃씨를 주며 속삭였다 이건 매우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입니다 꽃씨를 심기 위해서는 육체 속에 햇빛이 잘 드는 창문을 내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너의 육체에 창문을 내기 위해 너의 육체를 살펴보았다 육체의 손상이 적으면서 창문을 내기 쉬운 곳은 찾기 힘들었다 창문을 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손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략)… 종묘상의 오래된 주인은 상점 안의 모든 씨앗을 둘러본 후 내게 줄 것은 이제 없다고 했다

<중 략>

낯선 어휘와 목소리로 발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의식이나 이성 따위로 다듬어진 적절하고 올바른 언어가 아니라 무의식으로 주체를 재구성하는 극단적이고 과장된 언어들과 몸짓들이 보여 진다. 분화되고 부정한다. 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어의 어감도 ‘싸늘해져서’ ‘숯불구이’ ‘쌍절곤’ ‘쑤셔 박았다’ 등 상스럽고 강한 단어들이 나열된다. 불온한 것들이 불타오르는 겨울의 언어이다. 이는 비꼬고 뒤집어보고 기존 관념을 무화시키기에 적절해 보인다. 그러면 시인이 이들에게 심어져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상에는 온전한 것이 없다는 것을 표명하기 이전에 온전하다는 말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닐까란 의문 아닐까. 이들은 ‘이성적’이고 ‘강요된 올바른 잣대’로 보기엔 불온하고 불편한 모습들이다.

참고자료

· 성미정(1997). 『대머리와의 사랑』(세계사)
· 황병승(2005). 『여장남자 시코쿠』(랜덤하우스중앙)
· 이형기(1993). 『시란 무엇인가』(한국문연)
· 김준오(1982). 『시론』(삼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