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평 - 빗방울이 얹혔다 떨어진 나뭇잎처럼

소개

이 글은 안재성, 이동훈, 김응호의 시를 중심으로 비평을 한 글입니다. 이들의 시비평뿐만아니라 시에 대한 소견을 함께 쓴 글입니다. 이 글을 통해 시비평의 사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분량은 9페이지입니다.

목차

1. 못난 빚장이의 심정으로
2. 시는 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3. 한 지식인의 끊임없는 방황, 외로운 공존 - 안재성의 시
4. 존재에 대한 끈질긴 물음, 혹은 돌파구 찾기-이동훈의 시
5. 詩같은 삶, 삶 같은 詩 - 김응호의 시
6. 비탈진 언덕을 오르며 시를 배우다
7. 잎이 더 푸르르기 위하여

본문내용

1. 못난 빚장이의 심정으로

군인들의 훈련장이라는 높이 솟은
건물 외벽은
종일 비루먹은 개처럼
중얼거린다.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이동훈, ‘월운저수지’중에서)

내가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후 참 오랫동안, 정확하게 말하면 근 5년 동안 이들과 알고 지냈다. 이들을 만난 것은 대학교 안에서였지만, 이들을 알게 된 것은 이들의 시와 말, 그리고 이들과의 부대낌 속에서였다. 학교 앞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실컷 먹고 시작된 이들과의 부대낌은 시였고, 문학이였고, 예술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생활이었다. 역사와 철학을, 시와 소설과 영화를, 또한 먼 기억 속의 어느 장르의 예술을, 그리고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였다. 글패 모임시간에도, 술자리에서도, 늦은 밤 재성이형의 집과 여관에서도, 또한 술 취한 길거리와 찻집에서도 우리의 작은 얘기들이 어떤 여운만을 남긴 채 사라지곤 하였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자꾸만 가슴속에 쌓이는 것이 있었다고나 할까. 아주 조금씩 조금씩 가슴 이쪽 구석, 저쪽 구석에 쌓여서 이들과의 관계를 묶어주곤 하였던 것이다.
나는 그들이 졸업하던 해까지 시인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좀더 엄밀하게 말하면 중, 고등학교 때는 시인을 꿈꾸었고, 대학생활 동안은 내내 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졸업한 그 해, 이젠 더 이상 시인이 아니다. 나와 함께 했던 시인들이 한꺼번에 교정을 떠나버렸기 때문이었다. 시인이었던 이들 중, 두 명은 고등학교선생님으로, 또 한 명은 육군 장교로 직업을 바꾸었다. 내가 교정에서 그들과 헤어지기 전, 시인일 수 있었던 까닭은 그들 시인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며 많은 빚을 졌다. 그 빚은 단순히 그들이 선배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시인이였기 때문이었다. 그 빚의 일부를 이 글로서 조금은 갚으려한다. 이자에 이자도 안 되는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조금은 밝혀두고 싶었다.

2. 시는 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다른 여자가 나를 방해한다.
언젠가 본 것 같은
그러나, 이 정도의 희미한 기억으로는
섹시 같은 그녀에게 던지는 눈길을
잡지 못했다.
지루하다. 그래서 잤다.
(김응호, ‘무제’중에서, 새벽 1호)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