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의 전(前)과학적 심급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수록지 정보 : 시대와 철학 / 17권 / 3호 / 7 ~ 41페이지
· 저자명 : 서도식

초록

사회비판의 규범적 심급은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비판이론의 성격을 결정짓는 물음이다. 비판이론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회비판의 규범적 심급은 사회의 ‘전과학적’ 영역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과학적 영역이란 이론 바깥에 있는 사회적 실천의 영역을 가리킨다. 비판이론은 비판의 규범적 심급을 이처럼 사회적 실천의 영역에 둠으로써 해방 또는 초월의 내세계적 계기를 강조해온 좌파 헤겔주의 전통에 서 있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사회비판의 규범적 심급이 하버마스에 의해 시도된 비판 패러다임의 전환을 분수령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하나는 맑스, 루카치의 사회이론에 깔려 있는 주체철학 전통을 충실히 고수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옛 비판이론으로, 여기서 비판의 규범적 심급인 사회적 실천 영역은 노동이라는 합목적적 활동의 영역으로 축소된다. 그 결과 사회는 총체적으로 지배되는 사회, 즉 규범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운 체계로 환원됨으로써 사회비판의 규범적 심급은 경험적으로 실종되기에 이른다. 반면 하버마스와 호네트는 비판의 규범적 심급인 사회적 실천 영역을 상호작용 영역에서 구하고자 한다. 하버마스의 생활세계나 호네트의 사회적 인정 영역은 사회적 삶의 규범이 생성, 변동하는 영역이다. 비판이론의 상호작용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경우 사회비판의 대상은 탈규범적 체계 그 자체가 아니다. 하버마스의 사회이론에서는 체계가 규범적인 상호작용 영역, 즉 생활세계를 식민화하는 거시적 사건이며, 호네트의 인정이론에서는 사회적 인정 영역에서 야기되는 인정의 훼손이라는 미시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버마스와 호네트는 둘 다 사회비판의 규범이 생성, 변동하는 사회 영역의 경험적 실존을 강조함으로써, 비판이론에 대해 비판의 규범적 심급 확보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