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세기 동북아시아 국제교역과 조선상인의 역할 - 조선 사상의 중·왜 중개무역을 중심으로 -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동북아학회
· 수록지 정보 : 한국동북아논총 / 9권 / 32호 / 239 ~ 268페이지
· 저자명 : 임반석

초록

이 글은 강력한 쇄국정책 하에서 17-18세기 동북아시아 3국(중국-조선-왜) 교역에서 중개무역 기능을 수행해 낸 조선 상인의 역할상을 그려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7세기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고 이기심이 발현되면서 기존 사회질서에 동요가 일던 시기였다. 전지구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유럽 선진국들은 축적된 힘과 생산력을 해외 영토 및 시장확대를 통해 해소하기 시작하였다. 유럽 국가의 해외 진출은 동아시아에까지 영향력을 넓혔는데, 이것이 바로 17세기 세계 역사 변화의 축이었다. 이렇게 해서 동과 서가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만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나, 중국적 세계관의 중압 아래 있던 동북아시아 국가의 지배층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볼 만한 안목을 갖지 못하였다.
조선의 쇄국 정책 기조는 흔히 서세동점으로 깨지게 되었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엄격히 말해 중국의 해금정책은 17세기 후반에 실질적으로 풀렸고, 이 때를 기점으로 중국과 서양 각국과의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왜는 16세기 이래 중국의 능력과 중국식 세계관에 대해 의심하였고 중국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려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이에 비해서 조선만이 쇄국을 고집하면서 해상은 말할 것도 없고 육로를 통한 대외 교류와 교역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폐쇄적인 세계관과 아집으로 무장된 조선 조정도 국내외의 수요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시장과 사상들의 활약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조선 사상들은 대중 교역 또는 대왜 교역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 대륙과 섬을 잇는 지리적 비교우위를 이용하여 중-왜간의 교역을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해냄으로써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왜 및 중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적어도 조선 상인들은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감지하였고, 변화하는 동북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읽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동서가 만나고 동아시아 3국이 비제도권 시장을 통해 활발하게 만나는 분위기는 17세기 중엽에서 18세기 중엽까지 계속되었다. 조선 상인들의 활동 영역이 신라나 고려 시대의 상인의 스케일을 뛰어넘지는 못하였으나, 국내의 엄격한 통제망을 뚫고 지리적 비교우위를 십분 활용하면서, 동아시아 국제 교역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잘 감당해 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시기 대외 교역에서 보여 준 조선 사상의 활약상은 국제무역의 활성화와 국내 상업의 발달을 가져왔으며, 국제 및 국내 교역의 발달은 또한 국내 화폐의 필요성을 불러와 숙종 때에는 주화가 발행되기에 이르렀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