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아의 정동(情動)과 오래된 미래로서의 공동체주의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대하여 (The Affect of a Child of Nature and the Communitarianism as an Old Future -Regarding the One Spoon on this Earth of Hyun Ki-young)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춘원연구학회
· 수록지 정보 : 춘원연구학보 / 16호 / 327 ~ 347페이지
· 저자명 : 홍기돈

초록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자연아(自然兒)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구체적인 감각을 통하여 과거 회상 장면이 펼쳐지는 양상이 빈번한데, 작가는 인사불성 상태에 빠진 선배가 자신은 알아보지 못하면서 톳배설국 타령만 늘어놓는 대목을 기술해 놓기도 하였다. 이는 이성보다 감각을 우위에 두고 인간을 파악해야 한다는 현기영의 견해가 반영된 지점이다. 감각의 우위를 부각시키는 현기영의 인간 이해는 정동이론으로써 논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동이론이 인간을 새롭게 규정하려는 탈근대 지향을 드러내는 만큼, 감각 우위에 입각하여 쓰인 『지상에 숟가락 하나』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서 작가는 자신이 ‘자연의 분자(分子)’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세계 운행의 기본 체제인 자연이 먼저 설정되고 난 뒤, 현기영을 비롯한 각각의 만물은 그로부터 갈라져 나온 존재로 규정된다는 인식이라 할 수 있다. <통체(統體)―부분자(部分子) 세계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작품 내에서 작가가 자신을 자연물과 상동 관계로 인식하고, 자연 환경에 견주면서 자신의 성장을 가늠하는 행위는 이러한 세계관 위에서 빚어졌다. 근대는 각각의 개별자를 기본 단위로 설정한 뒤, 이들의 모임을 사회라고 파악한다. <개별자(個別子)―합체(合體) 세계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이러한 세계관 또한 반(反)근대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찍이 현기영은 『변방의 우짖는 새』를 통해 외세와 맞섰던 제주 공동체주의의 전통을 드러낸 바 있으며, 『바람 타는 섬』에서는 자연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제주 공동체의 면모를 재현해 낸 바 있다. 공동체(주의)를 운영해 나가는 자율적 개인의 성장담이라는 지점에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이들의 연장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영어초록

Hyun Ki-young's One Spoon on this Earth is a coming of age novel that explores the identity as a child of nature. Through the concrete senses, the scenes of past recollections are often unfolded. The artist also described the passages in which the senior who is in a senseless state doesn't recognize himself, but only asks for the hizikia fusiforme extracting soup. This is a reflection of Hyun Ki-young's view that humans should be judged with sense rather than reason. Hyun Ki-young's understanding of humanity, which emphasizes the superiority of senses, can secure the legitimacy of logic as an affect theory. As the affect theory reveals the post-modern intention to newly define human beings, One Spoon on this Earth, which is written based on the sensory superiority, needs to be approached in such context.
In addition, in One Spoon on this Earth, the artist suggests that he is the 'molecule of nature'. This is the recognition that nature, which is the basic system of world operation, was established first, and then everything including Hyun Ki-young, can be said to be defined as being separated from it. It corresponds to the <Whole―positioner world view>. In this work, the artist perceives himself as a homology with natural objects and measuring one's growth against the natural environment is based on this world view. The modern times set each individual as a basic unit and then identify their group as a society. It is called <Positioner-whole world view>. Thus, this world view of One Spoon on this Earth can also be understood as an anti-modern view.
Earlier, Hyun Ki-young revealed the tradition of Jeju communitarianism that confronted the foreign world through Howling Bird in the Border, and Island Riding the Wind has reproduced the appearance of the Jeju community based on the natural order. In the perspective of the growth of autonomous individuals running a community (communitarianism), One Spoon on this Earth is an extension of this sort.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