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미술과 패션 속의 물질성의 표현과 무정형성 경향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복식학회
· 수록지 정보 : 복식 / 57권 / 6호 / 122 ~ 134페이지
· 저자명 : 윤수정, 김민자

초록

순수 미술과 패션은 모두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동시대에 공통된 특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서로 다른 시기에 비슷한 성격을 띠고 나타나기도 한다. 1960년대 순수 미술과 패션에서는 재료의 있는 그대로의 성질과 모습을 보여주는 물질성이 강조되었고 이에 따라 무정형적(formless) 경향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경향의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는 1960년대 청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들이 형성한 독특한 청년 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960년대 반전 운동에서 생겨난 히피 집단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은 일반인들에게도 전파되게 되며 영화, 미술, 패션 등의 여러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본 연구에서는 미술과 패션이 동시대에 공통된 특성을 나타내는 것과 서로 다른 시기에 비슷한 성격을 띠고 다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첫째, 1960년대 미술과 패션에서 대두된 물질성에 대해 그 공통된 표현 방법과 조형적 특성을 발견하였다. 1960년대 후반 포스트 미니멀리즘적 경향의 미술에 있어서 물질성을 그대로 나타내기 위해 ‘매달아두기’, ‘쌓기’, ‘매듭맺기’ 등의 새롭고 다양한 작품의 표현 방법들이 등장하게 된다. 패션에서는 히피들의 패션이 유행하게 되는데, 이들의 특징은 기존의 의복 구성 방식인 테일러링을 무시하고, 헐렁하게 늘어지는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러 민속 복식에서 차용한 다양한 평면적인 아이템들을 몸에 걸치거나 두르기도 하였다. 이들의 착장 방식은 부드럽고 쳐지는 옷감의 드레이프성을 강조하여 몸에 걸치는 방식이며, 신체의 형태나 움직임에 따라 유동성과 가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볼 때 당시의 미술이 물질성을 강조하고 무정형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1990년대 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패션에서 재등장한 물질성에 대한 표현은 1960년대 말의 미술에서와 유사한 표현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몸에 걸쳐서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재료의 물질성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는 점과, ‘매달아두기’, ‘매듭맺기’ 등의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1960년대 말의 포스트 미니멀리즘적 미술의 영향을 받아 재현되고 있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9년의 네오 히피 룩은 1960년대의 히피 룩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슬림하며 보다 정돈된 느낌을 주었고, 근본적으로는 1960년대 히피들의 자유로운 저항정신과는 전혀 무관하게 히피 패션에서 나타난 다양한 스타일들을 단순히 차용한 혼성모방(pastishe)으로 볼 수 있다. 한편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물질성은 1960년대 포스트 미니멀리즘적 경향의 미술에서와 유사한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1990년대 말의 히피 룩에서보다 훨씬 복잡하고 과감한 형태로 나타났다. 21세기의 패션에서의 물질성의 표현은 더 이상 저항정신이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60년대의 근본적인 정신은 사라지고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재생산되고 리바이벌(revival)되는 또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