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범 소설 『바다 밑에서』의 서사 전개 양상과 그 의미 -결혼 문제, ‘기차’, 그리고 반복 서술- (The development of the narrative and its meaning of Kim Seok-beom’s novel Under the Sea―Marriage problems, ‘trains’, and iterations)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언어문화학회
· 수록지 정보 : 한국언어문화 / 83호 / 169 ~ 192페이지
· 저자명 : 장인수

초록

『바다 밑에서』는 결혼 서사, 혹은 결혼 회피 서사로 읽힌다. 이 소설에서 결혼은 인물들 간의 핵심적 갈등 요인이다. 남승지가 결혼을 회피하는 이유는 두 가지 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이방근의 자살로 남승지는 우울증 상태가 된다. 남승지는 내심 자살한 이방근을 원망한다. 그리고 이방근과 자기를 동일시하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따라서 남승지는 일본에서의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결혼도 회피하게 된다. 둘째 제주 4·3 사건에서 도망쳤다는 수치심도 자학의 근거가 된다. 남승지는 자기가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제주도에서 예비검속을 빙자한 민간인 탄압과 학살이 벌어진다. 남승지는 그 탄압을 피해 대마도로 밀항한 두 여인의 호송을 맡음으로써 우울증 상태에서 벗어나 일본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작가는 일본의 도쿄, 오사카, 고베 등을 잇는 철도를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활용한다. 철도는 독자로 하여금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의 무기력한 전진이라는 압박감을 남승지와 공유하게 한다. 철도는 인물들의 운명과 그 변동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바다 밑에서』에는 유독 반복 서술이 많이 나온다. 이방근의 말을 인물들이 곱씹는 형태의 반복이다. 그 반추 행위 자체는 애도의 한 방식이다. 이러한 애도를 통해 남승지는 자학적인 우울증 상태를 극복하고 죽음의 세계에서 삶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로 이행한다. 또한 이러한 반복은 통상적인 시간 개념을 해체하고 회상과 현재, 꿈과 현실을 뒤섞어 무시간성으로서의 영원성을 창출한다. 작가는 이 반복을 통해 과거에 금기시된 제주 4·3 사건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순치하고, 역사를 초월하여 거듭 말해지는 것으로서의 문학적 경지로 승화하고자 한다.

영어초록

Under the Sea is read as a marriage narrative or a marriage-avoidance narrative. In this novel, marriage is a key conflict factor between characters. The reason why Nam Seung-ji avoids marriage can be approached in two ways. First, Lee Bang-geun’s suicide causes Nam Seung-ji’s melancholy. Nam Seung-ji resents Lee Bang-geun, who committed suicide. And he harasses himself, identifying himself with Lee Bang-geun. Therefore, Nam Seung-ji cannot find a reason for living in Japan and avoids marriage. Second, the shame of escaping from the April 3 incident in Jeju is also the basis for self-recrimination. Nam Seung-ji thinks that he is not qualified to marry. Then, the Korean War broke out, and the civilian oppression and massacre took place on Jeju Island under the guise of preliminary arrest. By escorting the two women who stowed away to Tsushima to avoid the oppression, Nam Seung-ji gets the courage to live in Japan out of melancholy. Kim Seok-beom uses the railroad connecting Tokyo, Osaka, and Kobe in Japan as an important narrative device. The railroad allows the reader to share the pressure of a helpless advance into inevitable fate with Nam Seung-ji. The railroad is a symbol of the fate of characters and their fluctuations.
There are many repetitive narratives in Under the Sea. It is a repetition in the form of characters pondering what Lee Bang-geun said. The act of rumination itself is a way of mourning. Through this mourning, Nam Seung-ji overcomes his self-inflicted depression and transitions from the world of death to the world dominated by the principles of life. In addition, this repetition dismantles the usual concept of time and creates eternity as nothing by mixing recollections and present, dreams and reality. Through this iterations, Kim Seok-beom intends to sublimate the Jeju April 3 incident, which was taboo in the past, into a literary state as being repeatedly said beyond history.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