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과학기술과 철학
1.1. 근대 이전의 과학철학
1.1.1. 고대 과학과 철학
고대 과학과 철학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해왔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자연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와 질서를 규명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곧 과학적 탐구의 기반이 되었다.
탈레스는 자연 세계의 근원을 '물'이라고 주장하며, 자연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시작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일식을 계산하여 예측할 수 있었는데, 이는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탈레스의 이러한 시도는 자연 현상에 대한 경험적 관찰과 추론을 통해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 것으로, 과학적 사고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의 제자로, 자연의 근원을 '무한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우주의 기원과 변화에 대한 이론을 펼쳤는데, 이는 현대 우주론의 기초가 되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며, 물질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들 밀레토스 학파의 자연철학은 자연 세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시도한 최초의 시도로 평가받는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의 근원을 '불'이라고 보았으며, 만물의 변화와 운동을 강조하였다. 그는 대립물의 조화를 세계의 본질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자연 세계의 변화와 역동성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파르메니데스는 변화와 운동을 부정하고 존재의 불변성을 주장하였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자연 세계의 근본 원리와 질서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며, 과학적 탐구의 기반을 다졌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학적 법칙을 통해 자연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수와 기하학적 원리가 자연의 본질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우주의 조화로운 질서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러한 수학적 접근은 이후 과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엠페도클레스는 네 가지 근본 원소(땅, 물, 공기, 불)의 결합과 분리로 만물이 생성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자연 현상을 화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 점에서 과학적 사고의 단초를 보여주었다. 아낙사고라스는 물질의 근원인 '씨앗'이 무한히 작은 입자라고 주장하며, 현대 원자론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자연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사고와 탐구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들의 사상은 이후 서양 철학과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1.1.2.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철학
고대 과학철학자들의 대표주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각각 이상주의적 과학관과 경험주의적 과학관을 정립하였다.
플라톤은 피타고라스의 수학과 종교적 요소를 계승하여 기하학적 모형으로 세계를 표현하는 이상주의적 과학관을 정립하였다. 플라톤은 감각적 경험세계 너머에 이데아라는 이상적 실재가 존재한다고 보았으며, 물질세계는 이데아의 복사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플라톤의 과학철학은 수학적 이데아에 기반하여 현실 세계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는 16세기 천문학적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주의적 관점에서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실증적 과학관을 확립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과 형상, 잠재태와 현실태, 목적인 등의 개념을 통해 자연현상의 변화와 생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특히 목적인은 자연스러운 변화와 생성의 근원이 되며, 관찰과 귀납을 통해 밝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철학은 중세 스콜라철학의 토대가 되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철학은 근대 과학의 발전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플라톤의 이상주의적 과학관은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과 뉴턴의 수학적 자연과학의 토대가 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주의적 과학관은 베이컨의 귀납적 방법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2. 근대 과학철학의 발전
1.2.1. 베이컨과 데카르트의 과학방법론
베이컨과 데카르트의 과학방법론은 근대 과학혁명을 이끌어 낸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이는 인간의 지적 능력 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과학의 진보와 과학적 방법론을 열렬히 지지했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받아들인 스콜라 철학이 새로운 과학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을 통해 스콜라 사상가들을 비판했는데, 이들이 자연에 대한 이론을 성서의 요구에 맞추려 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대한 교조주의적 믿음이 과학의 독립적 사유와 새로운 정보 획득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컨은 인간의 이해를 방해하는 잘못된 개념들을 '우상(idols)'이라 칭했다. 첫째, '종족의 우상'은 인간의 감각과 감정이 판단을 방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 '동굴의 우상'은 개인의 특수성으로 인한 오류를 뜻한다. 셋째, '시장의 우상'은 언어 사용의 모호성으로 인한 이해의 방해를 말한다. 넷째, '극장의 우상'은 전통적 철학과 과학 이론에 대한 맹신을 말한다.
베이컨은 진리와 유용한 지식에 이르는 귀납법을 옹호했다. 귀납법이란 자연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체계적인 자료 축적을 통해 개별 사실로부터 일반 법칙을 도출하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방법이다. 베이컨은 이 방법이 과학적 진리를 밝힐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는 17세기 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근대 철학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준다. 그는 모든 학문에 적용할 수 있는 근대 과학의 방법론을 정립했다. 데카르트의 방법론은 의식에서 기원한 것으로, 모든 과학과 학문의 근거는 자의식에 있다고 본다. 그는 감각 경험 역시 의식 행위로 환원한다.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에서 출발한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되 자신의 존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만은 의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물리세계에 대한 기계론적 자연관과 수학적 법칙을 이끌어냈다. 데카르트의 체계적 의심과 연역적 방법은 근대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