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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골 작은 고등학교의 현주소
1.1. 외부적 환경 여건
벌교고등학교가 위치한 보성군 벌교읍은 야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택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숲과 어우러진 교정을 갖추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면학 정진을 위한 안성맞춤의 친환경적인 학습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환경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벌교읍내와 인근에 청소년 놀이공간이나 공공도서관 등의 부족으로 본교가 공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또한 저출산 문제로 인한 농촌 인구 감소로 본교를 비롯한 많은 농어촌 학교들이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부분의 농어촌 학교가 통폐합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본교가 위치한 지역의 환경적 여건은 학생들의 바람직한 교육활동과 여가생활을 충족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어, 학교가 공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당위성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1.2. 내부적 학교 운영의 어려움
벌교고등학교는 시골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인문계 고등학교로, 내부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첫째, 대다수 학생들의 성품이 순박하나 일부 학생들은 도시에서 적응이 어려워 벌교고등학교를 선택한 경우로, 이들의 돌출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학력 수준도 상위부터 하위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개별 학생들의 학력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둘째, 농촌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결손가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어, 자녀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정서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이 미비한 실정이다.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높은 편이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을 할 수 있는 학부모가 많지 않아 학교 교육과 진로지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셋째, 일부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에 더 치중하는 현상이 점점 늘어나면서, 교실 수업 붕괴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생님들은 '잠자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벌교고등학교는 학생 구성원의 다양성과 학부모의 교육 여건 부족,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저하 등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편이다."
2. 시골고등학교, 어떻게 살아남지?
2.1. 도전, 디베이트!
디베이트 수업을 시도하여 조기 정착을 위해 12월 말경에 '디베이트 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수석 교사가 디베이트 시범수업을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2회 이상 공개하여 디베이트를 빠른 시간 내에 체험하게 하여 확산시켰다"" 또한 디베이트 관련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교사와 학생들을 연수시키고 교사들은 디베이트 지도자 과정 연수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3년 동안 디베이트를 실시하면서 학생들의 토론 능력이 향상되었다""
2.2. 디베이트의 한계, 하브루타로 극복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디베이트의 특성상 모든 수업, 모든 차시에서 디베이트를 적용할 수는 없었다"이다. 디베이트는 정형화된 룰이 있어서 자유토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교사들의 선호도에 따라 적용이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는 수업에 본격적으로 짝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하브루타를 수업에 적극 적용하여 각 교실에서 현재 활발하게 짝토론과 모둠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피동적인 수업 수업방식을 탈피하여 하브루타 학습법을 적용했을 때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호응도가 매우 좋아졌으며, 학습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아주 많이 향상되었다. 특히 그 동안 디베이트를 통해 다져진 토론 실력이 하브루타 과정에서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하브루타 학습법은 디베이트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학생 중심적인 수업을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이다.
3. 하브루타, 어떻게 하지?
3.1. 하브루타, 어떻게 만났나?
본인이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하브루타를 만나게 된 계기는 좀 특별하다"".
2014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수석교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석교사 연수에서 접했다는 '하브루타 학습법'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본교는 기독교 학교로서 학생들에게 신앙교육과 더불어 미래인재에 필요한 사고력 신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상황에서, 유태인의 학습법인 하브루타가 사고력 신장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2012년부터 시행하여 이제 성숙단계에 접어든 디베이트와 접목하여 학습하게 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하여 하브루타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하던 중에 마침 12월 초에 인천에서 하브루타에 대한 공개 강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당시 교감인 본인과 수석교사를 비롯하여 2명의 교사와 함께 4명의 교직원이 벌교에서 출발하여 인천에 가서 전성수 교수, 양동일 사무총장, 김정선님의 강의를 듣고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학습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3.2. 인문계고에서 하브루타 수업이라니? 어떻게 하지?
가. 인문계고교에서 하브루타 수업이라니?
지금은 하브루타 수업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졌지만 2015년 초 하브루타를 처음 시작할 당시 사실은 본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디베이트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인문계고등학교에서 하브루타 수업 방식이 과연 수학능력 시험과 얼마나 연계가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반발이 많이 있었고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수능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브루타식 학습법으로 공부하면 과연 얼마나 실력이 향상되겠느냐? 는 식으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의문에 대해서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며, 교장인 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니 믿고 따라와 달라고 설득한 끝에 결국 하브루타를 적극 도입할 수 있었다. 전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서 하브루타에 대한 이론적 개념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수업 적용 사례를 통해서 기본적인 소양과 기술 등을 터득하였다. 학생들에게는 하브루타 교육과 관련된 도서인 '최고의 공부법'을 대량 구매해서 각 교실마다 20여권씩 비치하여 학생들 스스로 하브루타 교육의 필요성을 터득하게 하였다.
나. 말하는 공부방?
학생들이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조용히 하자, 시끄러워, 떠들지 마!'라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에 대해 교사들은 깊이 재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자 조용히 공부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게 공부해야 할 학습 영역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한 거기에 맞는 적절한 공간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알파고의 위력이나 20년 후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지게 된다는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20년 후 사회의 주역에서 활동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교육자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