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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 언어의 실상과 특징
1.1. 북한 언어 정책의 현황
해방 후 북한은 지금까지 4번에 걸친 철자법의 개혁과 문맹퇴치 사업, 그리고 이에 따른 한자 해지, 말 다듬기 운동, 문화어 운동 등으로 인하여 남한과 언어 생활에서 많은 차이를 초래하였다. 북한은 언어가 혁명과 건설의 힘있는 무기라고 하는 유물론적 언어관에 근거하여 언어 정책을 설정하고, 당 통제하에서 획일적으로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일반적인 언어 변화 속도를 훨씬 앞질러 빠르게 언어가 변하고 있다. 특히 '60년대 후반 '문화어'라는 새로운 공용어(표준어)를 만들어 낸 이후부터는 김일성의 주체 언어 이론이 그것을 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김일성의 교시와 주체 언어 이론 등이 모든 언어 이론이나 언어 정책의 기준과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에 문화어 시대의 북한 언어 연구는 주로 실용성 위주의 언어 연구만이 언어학의 주 대상이 되어있다. 따라서 국어 자체의 구조연구 등 순수 언어학적인 업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1.2. 문화어의 개념과 특징
1.2.1. 문화어의 성격
문화어는 사회주의적 민족어의 전형이다"라고 할 수 있다. 문화어는 노동 계급의 계급적 지향과 생활 감정에 맞는 언어이며, 전체 인민이 규범으로 풍부하게 발전시킨 민족어이다. 또한 근로 인민 대중의 목적 의식적으로 건설한,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문화적으로 다듬어진 언어이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문화어라는 용어는 김일성의 1966년 교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당과 수령의 강력한 지도하에 북한 전체에서 일사불란하게 사용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언어의 '합리적 변화 과정'이 사회주의의 합법칙적인 언어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문화어를 만들었고, 또 북한의 목적 의식적 언어관과 언어 정책으로 인하여 분단 45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1.2.2. 문화어의 발음 특징
문화어의 발음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음 '어'의 원순화이다. 북한에서의 '어'소리는 [œ]로 발음되므로 입술을 평평하게 발음하는 남한의 '어'[ʌ]와는 차이가 있다""
둘째, 모음 '외'에서의 차이이다. 표준어에서는 대개 이중모음 [we]로 발음되지만, 북한에서는 단모음 [ø]로 발음한다. 1988년 개정된 북한의 맞춤법에서는 어떤 자리에서든 단모음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셋째, 'ㅣ' 모음 역행 동화와 전설모음화 현상이 두드러진다""예를 들어 '건더기'가 '건데기'로, '부수다'가 '부시다'로 발음된다""
넷째,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준어에서는 단어 첫소리에 'ㅍ, ㅂ, ㄷ, ㅌ, ㄱ, ㅋ, ㅈ, ㅊ, ㅅ, ㅌ'가 오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소리 그대로 발음한다""예를 들어 '로동신문'이나 '녀자'가 이에 해당한다""
다섯째, 된소리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원수'가 '원쑤'로, '둑'이 '뚝'으로 발음된다""
마지막으로 억양과 리듬의 차이가 있다. 북한에서는 리듬 단위가 짧아서 하나의 발화나 문장이 여러 개의 토막으로 나뉘어 발음되며, 이러한 짧은 리듬 단위에 높낮이가 뚜렷한 '높내림조'의 억양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문화어의 발음은 표준어와 다양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북한의 언어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1.2.3. 문화어의 형태·통사적 특징
문화어의 형태·통사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조어법이다. 북한에서는 이미 있던 접사들의 기능이 확대되어 사용되거나 특히 보조 용언으로 사용되던 것들이 용언 파생의 새로운 어미처럼 사용되어 새로운 낱말을 많이 생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히-'가 붙은 '깊히다', '생각히다' 등의 단어가 있으며, '-우-'가 붙은 '바래우다', '자래우다' 등의 단어가 있다.""
또한 복수 개념을 나타내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남한에서는 문맥상 생략되는 복수 개념을 북한에서는 '들'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거대한 성과들을 이룩했고', '혁명의 대를 이을 소년단원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화어에서는 '-(으)ㄹ데 대하여' 구문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조선어의 민족성 특성을 옳게 살려나갈데 대하여'와 같은 표현이 있다.""
또한 '-탕을 치다' 구문이 북한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그 의미 기능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돌탕을 치다'는 돌로 마구 쳐서 형체로 남지 않게 짓조기는 것이고, '난탕을 치다'는 무질서하고 난잡스럽게 행동하는 것이며, '개탕을 치다'는 일을 아주 망쳐서 허탕을 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북한의 문화어는 남한의 표준어와 비교했을 때 조어법, 복수 표현, 특정 구문 사용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2.4. 문화어의 어휘 의미론적 특징
북한의 문화어는 어휘 의미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형태가 같고 의미가 다른 낱말이 많이 존재한다"". '아가씨'란 말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고 봉건 사상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며, '빨치산'은 원래 게릴라를 의미하나 북한에서는 혁명적 영웅을 뜻한다"". 또한 '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