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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빈 린치와 그의 저서 『The Image of the City』
1.1. 케빈 린치의 생애 및 경력
케빈 린치는 1918년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며 아일랜드계 미국인 두 번째 세대 출신이다. 그의 조부모는 아일랜드 기근을 피해 이주해왔다. 린치는 3형제 중 막내로, 시카고 북부의 헤이즐가에서 자랐다. 그 지역은 안정적이면서도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도시 환경이었다. 어린 린치는 개인 가정교사와 함께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이후 카톨릭 소교구학교와 프랜시스 파커 학교에 다녔다. 파커 학교의 혁신적인 교육 방식과 도시에 대한 관심이 린치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등학교 시절 린치는 스페인 내전을 경험하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3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린치는 예일대학에 입학했지만, 보자르 건축 교육에 실망하여 중퇴하고 라이트의 탈리신에서 도제 교육을 받았다. 이후 린치는 RPI에서 토목 및 구조공학을 전공했으나 이 또한 맞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돌아온 린치는 멈포드의 저서를 읽고 도시에 대한 연구의 길에 들어섰다. MIT에 입학하여 도시계획을 전공한 린치는 1947년 학사 학위를 받았고, 그 논문으로 MIT 교수 제안을 받아 1948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게 되었다.
MIT에서 린치는 도시의 형상과 시각적 환경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52년 포드재단의 후원으로 이탈리아, 특히 플로렌스를 방문하면서 도시에 대한 관찰과 연구를 수행했고, 이를 토대로 저서 『The Image of the City』를 출간하게 된다. 이 저서는 린치의 대표작이자 도시 해석 이론의 기반이 되었다.
린치는 MIT에서 약 30년간 교수직을 수행하며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소크라테스식이었고, 항상 학생들의 관점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배우려 했다. 평생 동안 방대한 양의 서신과 학생들과의 교류를 이어갔던 린치는 제자들에게 위대한 스승이자 영감의 근원으로 기억되었다.
교육 외에도 린치는 많은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특히 사용자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디자이너가 아닌 실제 거주자가 성공적인 장소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실무 양 분야에서 인정받은 린치는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많은 영예를 누렸다. 1984년 4월 58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도시 해석 및 환경 디자인 이론의 선구자로서 현대 도시계획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1.2. 『The Image of the City』의 출간 배경
근대 도시계획의 도시관은 그 속에 생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능적 존재로만 간주함으로써 1960년대에 들어와 '사람부재', '생활 부재'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반해 케빈 린치의 도시론은 생활자 입장에서의 도시계획을 하는데, 이것은 후에 주민이 주체가 되는 도시만들기로 이어졌다. 일본은 1970년대 급속한 대도시 발달로 인한 사회문제가 나타나자 기존의 도시 정비 사업에 대한 반성으로 주민참여, 혹은 주민주도의 도시 정비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를 '마치즈쿠리'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마치즈쿠리'는 일정한 범위의 생활공간을 대상으로 주민, 시민, 기초지자체가 자발적으로 협력하여 거주환경을 개선해가는 과정을 말한다.근대 도시계획의 주된 개념은 도시공간을 균질한 자원으로 간주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조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린치의 『The Image of the City』는 도시를 거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도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는 거주자들이 도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이는 당시 전문가 중심의 도시계획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1950년대 후반 미국 사회에는 도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도시의 확장과 인구 집중, 교통 체증, 슬럼화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도시계획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특히 도시부 빈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삶의 질 저하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거주자의 경험과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었다.
린치는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연구를 통해 『The Image of the City』를 출간하게 되었다. 그는 기존 도시계획 분야에서 주로 다뤄왔던 토지이용, 교통 체계, 인프라 등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거주자들이 도시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1.3. 도시 이미지에 대한 린치의 개념
린치에 따르면, 사람들은 공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이 경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전 도시에 걸쳐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행동반경이 축소되거나 한 부분에 집중된다.
린치는 미국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도시에 대한 마음속 이미지를 조사함으로써 이러한 특징을 알아보았다. 그는 "알아보기 쉬움(Legibility)"이 도시환경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단지 객체로서 도시 그 자체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의해 인식되어지는 도시를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환경 이미지는 그 소유자에게 중요한 감성적인 안정의 중요한 감각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형성은 환경과 관찰자 간의 상호작용 과정의 결과이고, 하나의 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