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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판넨베르크의 보편사 신학
1.1. 판넨베르크의 주요 저작
판넨베르크의 주요 저작은 다음과 같다:
1961년 『케리그마와 도그마』(Kerygma und Dogma)라는 학술지의 부록으로 판넨베르크 서클의 논문집인 『역사로서의 계시』(Offenbarung als Geschichte)가 출간되면서 판넨베르크의 보편사 신학이 세계 신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판넨베르크는 관념주의적 독일철학과 신학의 전통에 기반하여 세계와 우주를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설명하며, 계시를 말씀으로부터 해방시켜 보편사 개념 안에서 찾고자 시도한다.
1964년 출판된 『그리스도론 개요』(Grundzuge der christologie)는 판넨베르크의 그리스도론의 방법론적 구조를 조직적으로 가장 발전시킨 중요한 저작이다. 1967년 『조직신학의 근본 문제들』이라는 논문집을 출간하여 60년대 초중반에 발표된 논문들을 수록하였다. 1973년 『학문 이론과 신학』을 통해서는 신학 역시 타학문과의 보편적인 관련성의 맥락에 놓여 있다는 신학 본연의 동일성을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1983년 『인간학』(Anthropologie)을 출간하여 '신학적 전망에서 본 인간학'을 다루었고, 1988년 『조직신학』 제1권을, 1991년에는 제2권을 출간하였다. 제3권은 1993년에 출판되었다. 이 외에도 1977년 『윤리와 교회론』, 1978년 『인간의 규정』 등을 출간하였다.
1.2. 보편사의 근거
판넨베르크의 보편사 신학에서 보편사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판넨베르크의 독특한 하나님 이해에 있다. 그에 의하면 모든 역사적 사건들이 하나님에 의해 결정되기에, 하나님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힘'이 된다. 역사는 곧 '하나님의 역사' 또는 '신적 행동의 역사'요, 따라서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이 된다. 즉 하나님의 보편성이 역사를 보편사로 만드는 근거가 된다.
둘째, '나사렛 예수의 운명'에서 발견한다. 그에 의하면 보편사는 역사 전체 또는 역사로서의 현실 전체를 가리킨다. 역사 전체는 역사가 그의 마지막 즉 종말에 도달했을 때 조망될 수 있는데, 나사렛 예수의 운명은 역사를 종말로부터 시작하여 하나의 보편사로 보게 하는 궁극적 근거로서의 역할을 한다. 예수의 운명은 역사적 종말의 선취를 뜻한다. 이를 통해 역사는 보편사로 규정된다.
이처럼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이해와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이 보편사의 근거가 된다고 보았다."
1.3. 보편사의 종말론적 성격
판넨베르크의 보편사는 종말론적 성격을 가진다"라고 할 수 있다. 판넨베르크에 의하면 역사는 오직 역사의 종말에서만 그 전체적인 의미가 드러나고, 개개의 사건들은 역사적 종말에 의해 밝혀진 역사의 목적에 비추어서 그 고유한 의미가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제한된 수명으로 인해 이러한 작업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판넨베르크는 하이데거의 '선취' 개념을 도입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종말을 미래적으로 선취할 때만 보편사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판넨베르크가 역사의 종말을 임시적이고 선취적인 방식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파악한 것이 '예수의 역사'이다. 판넨베르크는 예수의 부활 사건이 곧 종말에 대한 '선취'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예수의 부활과 더불어 죽은 자의 부활이 이미 일어났기 때문에, 이는 종말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부활사건은 역사의 종말을 현재에 선취하는 사건으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판넨베르크에게 있어 역사는 기독교 신학의 가장 포괄적인 지평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는 하나님이 세계 안에서 자기 자신을 입증하는 행위이므로 하나님 없이는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역사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가 되며, 종말에 대한 선취와 완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넨베르크의 보편사 신학은 철저히 종말론적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1.4. 역사로서의 계시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 곧 하나님 자신을 나타냄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하나님은 그가 역사의 과정 속에서 일으키는 역사의 사건들을 통해 자기를 간접적으로 계시한다. 따라서 역사는 하나님 없이 충분히 이해될 수 없다. 여기서 판넨베르크가 말하는 역사는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전승의 연관성 속에 있는 사건들로 형성되는 역사를 말한다. 전승의 역사 속에서 역사적 사건들은 하나님의 간접적 자기 계시가 된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서 계시와 역사는 분리될 수 없다. 계시는 역사로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계시는 역사로서 일어난다는 주장의 근거를 판넨베르크는 성서에서 발견하였다. 그는 출애굽기 14:31에서 여호와께서 자신의 신성과 능력을 역사적 사건으로서 계시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즉 여호와께서는 자기 자신을 직접 계시한 것이 아니라, 곧 역사적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신성과 힘을 계시하심으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알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그래서 판넨베르크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하나님이 생각되지 않고서는 현실의 전체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는 보편사 신학의 명제를 표명한다. 이처럼 판넨베르크에게 하나님은 "만사(萬事)를 규정하는 현실성"인 것이다.
판넨베르크의 역사로서의 계시사상은 계시의 구원론적 측면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계시개념을 인식론적으로 정의하고 이에 기초하여 그의 견해를 전개하고 있다. 역사의 종말, 완성이 선취되고 예기적으로 실현된다는 의미에서 에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부활 사건에서, 즉 판넨베르크는 역사의 종말 완성을 죽은 자의 보편적 부활의 때로 보고 하나님의 계시의 종국성, 궁극성을 주장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능가하는 하나님의 계시행위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는 이해한다.
그러나 판넨베르크는 말씀으로서의 계시이해가 이해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하며 '역사로서의 계시'를 말하고 있지만, 계시이해에 있어 이것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는 말씀의 계시사상이 성서의 게시사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판넨베르크는 계시이해에 있어 서로 배타적인 듯이 보이는 말씀에 의한 자기계시와 역사적 행위에 의한 하나님의 자기계시의 견해가 서로 배타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1.5. 보편사적 해석학 이해
판넨베르크의 보편사적 해석학 이해는 계시와 역사를 등위에 놓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판넨베르크는 계시를 말씀으로부터 해방시켜 보편사의 틀 안에서 찾고자 시도한다"" 즉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교의인 계시를 현대적 역사개념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판넨베르크의 보편사적 해석학은 '이성'과 '종말', 혹은 '희망'이라는 두 가지 내적인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