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시의 정의와 특징
1.1. 시의 다양한 정의
1.1.1. 모방론적 관점
모방론적 관점은 시를 현실과 인생의 모방(반영 · 재현)으로 보는 관점이다. 즉, 작품 속에 재현된 세계에 초점을 둔 시관이다. 여기서 시의 가치기준은 작품이 재현하거나 재현해야 하는 대상들의 재현적 '진실'이다. 이 진실은 모방의 대상을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이 아닌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것으로 설정하여 모방하는 '개연성'을 말하는 당위적 진실을 가치기준으로 한 모방론을 말한다. 이 개연성은 리얼리즘 문학의 '박진성'과 구분된다. 그러나 현실과의 관련 문제는 모든 문학에 제기되는 기본항이므로 70년대 민중시는 리얼리즘 시를 대표하는 전형으로서 모방론에 입각해 있다.
1.1.2. 표현론적 관점
표현론적 관점은 시를 시인 자신과 관련시켜 보는 시관이다"" 표현론에서 시는 자기표현이 목적이 되고, 이는 낭만주의의 산물이며 낭만주의 비평가를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표현론의 가치기준은 '성실성'이며, 이는 고전주의 시대의 가치기준인 '적격'과 대립된다"" 적격은 일종의 문학적 에티켓으로, 작품 속 인물이 예를 들어 왕이라면 왕다워야 하고 영웅이라면 영웅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실성은 적격의 파괴를 통해 문학의 독창성이 획득되는 것이다"" 표현론은 문학을 자기표현으로 보기 때문에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것이 가치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성실성은 시인 개인의 상상력이나 마음의 상태에 대한 '진실성'을 의미한다"" 모방론에서 대상의 진실성이 가치기준이라면 표현론에서는 예술가 자신의 진실성이 그 기준이 된다""
1.1.3. 효용론적 관점
효용론적 관점은 시를 '전달'로 보는 것, 즉 독자에게 끼친 어떤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성공 여부에 따라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독자의 반응에 초점을 둔 문학관이라 할 수 있다. 이 효용론은 진리의 전달로서 '교시적' 기능과 정서의 전달로서의 '쾌락적' 기능으로 수렴된다. 개화기 시가, 카프시, 참여시, 노동시, 정치시 등의 용어들은 모두 교시적 기능과 연관된 현대시의 유형들이다. 생산문학과 소비문학의 구분도 그 기준은 문학의 교시적 기능이다. 다시 말해, 효용론적 관점에서는 시의 가치가 진리의 전달이나 정서의 전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1.1.4. 구조론적 관점
구조론적 관점은 시를 '구조'와 '조직'의 이원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시의 가치기준은 복잡성과 구체성이다. 복잡성은 시의 마음의 복잡성과 관련되며, 구체성은 시 언어의 구체성을 의미한다. 랜섬은 시를 구조와 조직의 이원론으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전통적인 "형식-내용" 이분법과 연결된다. 그러나 신비평의 구조론은 내용과 형식을 구별하지 않는 일원론이기에 랜섬의 이원론과는 모순된다고 할 수 있다.
신비평에서는 "포괄의 시", "형이상학 시", "비순수의 시" 등의 용어를 통해 시의 복잡성과 구체성의 미적 가치를 기술하였다. 신비평가들은 시의 복잡성을 마음의 복잡성의 상관물로 여겼다. 즉, 시의 구조와 조직의 복잡성이 곧 시인의 마음의 복잡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구조론적 관점은 서양에서 가장 지배적인 시관이 되어왔다. 반면 동양에서는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시관이 지배적이었다. 고전 시학에서 표현 기교는 시관과 분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종합하면, 구조론적 관점은 시를 복잡성과 구체성을 갖춘 구조적 산물로 보며, 이를 통해 시인의 마음의 복잡성을 읽어내고자 하였다. 이는 서양 시론의 지배적 관점이었지만, 동양에서는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2. 서정시의 장르적 특징
1.2.1. 시적 세계관과 동일성
시적 세계관과 동일성은 서정시의 핵심적 특징이다. 서정시에는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 즉 자아와 세계의 일체감이 드러난다. 시인의 주관적 세계관 속에서 자아와 세계, 즉 주관과 객관이 구분되지 않고 합일된 상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정시의 세계관은 자아와 세계가 동일시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서사시나 극에서는 자아와 세계, 주관과 객관이 대립하고 갈등하지만, 서정시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무화되고 하나의 동일체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동일체는 시인의 주관적 세계관에서 비롯되며, 시인이 세계를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동화'와 자신을 상상적으로 세계에 투사하는 '투사'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처럼 서정시에서는 자아와 세계, 주관과 객관이 일체화되는 시적 세계관이 나타나며, 이는 시인의 몽상과 갈망, 그리고 시인 특유의 주관적 경험과 감정이 반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동일성은 서정시 장르의 본질을 이루며, 시적 언어와 이미지, 리듬 등 시의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핵심적 특징이 된다.""
1.2.2. 서정적 자아
서정적 자아란 대상에 자립적 의의를 인정하지 않고 대상을 자신의 욕망과 의지대로 변형시키는 주관의 화신이다"" 서정시의 화자인 서정적 자아는 대상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동화되어 있으며, 대상(세계)은 자립적 의의를 갖지 못하고 주관(자아)에 종속된다"" 이러한 자아와 세계의 동일화는 서정시의 핵심적 특징이자 서정적 세계관이다""
서정적 자아는 주관과 객관, 감정과 이성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이며 세계와의 접촉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자아이다"" 문명의 시대에 본래의 순수한 서정적 자아는 기질적 자아와의 대립과 갈등을 인위적으로 극복하여 합일의 경지를 갈구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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