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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1.1. 저성장 시대의 경영 환경과 사회 변화
전 세계 경제는 현재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일시적인 침체기를 겪은 뒤 시장의 가격 조정이나 정부의 경제 관리를 통해 다시 성장을 이루어 왔던 기존의 경제학 이론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 경제가 지속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저성장 시대의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저성장 시대의 도래는 기업의 경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첫째, 기존의 고성장 시기에 학습된 성장 공식들의 효용성이 낮아졌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만으로 저성장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졌다.
둘째, 저성장 시대에는 복지 감소, 소득 양극화,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한 기술 혁신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 전반의 발전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 또한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셋째,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들은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공공부문과 비영리 조직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내부의 혁신 역량과 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저성장 시대에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중요한 경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2. 저성장 시대 속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글로벌 경영 이니셔티브
1990년대 이후 비즈니스와 사회의 관계 측면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는데, 그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1992년 리우 선언과 의제21이 채택된 이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는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는 다양한 계기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TBL(Triple Bottom Line) 개념의 등장,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의 출범, 유엔 글로벌콤팩트의 확산, 유엔 주도의 책임투자원칙 제정,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및 이행 지침의 확립, ISO 26000의 제정, 지역별·국가별 CSR 정보 공시 의무화 확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변화는 저성장 흐름이 장기화되고 기존의 경제 성장 방식이 경제·사회·환경적 문제를 가중시키는 오늘날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0개 선진국 1만여 명의 소비자 중 단 6%만이 기업이 주주를 위한 이윤 창출을 위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비중(31%)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사회 및 환경적 필요를 경영에 연계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사회 및 환경적 이슈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관점에 속하는 응답을 모두 합치면 전체 응답자의 80%가 넘었다. 이는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기업을 이윤이나 고용창출만을 위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자자, 국제사회,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또한 기업에 대해 이윤과 고용 창출 이상의 사회·환경적 관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옮겨가고 있다.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의 규모가 시가총액의 20%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명시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2015년 유엔 개발정상회의,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2016년 다보스 포럼 등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잇따라 제기되었다. 학계에서도 공유가치 창출, BOP(Bottom of the Pyramid) 이론 등을 통해 비즈니스와 사회·환경적 가치를 연계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비즈니스를 둘러싼 국제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있었다면, CSR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실제적으로 나타난 경영 환경의 변화도 존재한다. 그 변화의 양상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CSR의 규범화이다. 과거에는 CSR이 기업의 자발적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CSR 개념이 구속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CSR의 세부 영역들도 빠르게 규범화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 지역 또는 국가 단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로 비즈니스 외부의 제도나 정책에 기인하지만, 산업이나 이슈에 따라 자발적 규범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러한 연성법적 형태의 규범과 강제력을 가지는 법규 및 정책의 증가는 기업에 직접적인 기회와 리스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둘째, CSR 영역의 구체화이다. 과거에는 경제, 사회, 환경의 틀 안에서 다루어지던 CSR 이슈들이 점차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 인권, 아동 노동, 강제 노동 등 사회·환경·거버넌스 영역 전반에 걸쳐 세부 이슈들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기존의 보여주기식 CSR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과 의구심이 커지면서 실제 실행체계와 성과 중심으로 CSR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화려한 CSR 비전이나 보고서가 아닌 경영 시스템 전반에 CSR이 내재화되어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CSR 우수 기업과 부진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1.3. 저성장 시대의 기업 사회적 책임(CSR) 전략
저성장 시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첫째, CSR의 규범화로 인해 CSR이 더 이상 자발적 영역이 아닌 구속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제사회, 지역 또는 국가 단위에서 CSR의 세부 영역들이 빠르게 규범화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에게 직접적인 비즈니스 기회와 상당한 리스크를 가져다줄 수 있다"" 둘째, CSR 영역이 구체화되면서 이슈들이 심각해지고 범위가 확대되어 각각의 영역에 대한 별도의 정책과 실행 체계를 수립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일례로 기업 인권은 이미 국제사회와 글로벌 기업들에게 필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아동 노동이나 강제 노동 등의 이슈도 별도로 다루어지고 있다. 셋째, 이해관계자들의 CSR에 대한 비판과 의심이 증폭되면서 실제 실행체계와 성과 중심으로 CSR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보여주기식 CSR에서 벗어나 CSR을 조직 전반의 경영 시스템에 통합하고 내재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CSR의 변화 속에서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CSR 전략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은 첫째, CSR을 사업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해당 기업의 명확한 전략적 의도를 바탕으로 ROI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추진하는 CSR 활동을 통해 어떤 구체적인 사회적 가치를 어느 정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과 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CSR 활동을 추진하면서도 기업이 우선적으로 져야 하는 법적·윤리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해관계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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