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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비에서 양반으로, 왕조사에서 다시 민중으로 - 호적 연구로 하친민의 일상사를 복원하기
1.1. 들어가며
한국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이 인기가 높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영화, 소설,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시대와 소재로 역사 작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의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작품들이 주로 왕조사 중심이거나 지배층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좀 더 폭넓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당대 사회를 실제로 구성하고 있었던 '민民'의 시각, '민중民衆'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진정한 과거의 모습, 진짜 역사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필자의 문제의식은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이라는 저작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이 책은 호적 연구를 통해 한 노비 가계의 신분 상승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조선 후기 신분제도의 모순과 한계, 그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지배층이 아닌 피지배층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주체가 전통적인 지배층만이 아니라는 점, 즉 '민民'과 '민중民衆'도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보다 폭넓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2. 글의 구성과 주요 논지
1.2.1. 글의 구성과 주목할 점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은 대중교양서로서, 조선후기 사회경제사를 연구해오신 권내현 교수님의 저작이다"" 이 책은 친절하고 유려한 설명이 돋보이며, 책의 서두와 말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고, 본문은 '1장, 노비로서의 삶', '2장, 평민 혹은 그 이상', '3장, 양반을 꿈꾸다'의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의 구성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수봉'이라는 한 노비와 그 가계의 신분 상승 과정을 통해 조선 후기 신분 제도 변동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수봉은 본 저작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글의 전개는 시간 순서를 따르면서도 기본적으로 수봉가계의 성장 과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특정한 관점을 제기하거나 설득하려고 하기보다는, 수봉가계의 성장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분제도 변동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양서로서의 지향을 달성하는데 충실히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2. 주요 논지
조선의 신분제도는 성리학자들이 성리학적 원리 위에 설계한 것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것을 모델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속된 혼란기와 대륙이라는 지리적 조건 하에서 사회계층 간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중국과는 달리, 조선의 신분질서는 500년간 강고하게 지속되었다. 그러나 현재보다 더 나은 처지를 추구하는 것은 인류 보편의 욕망이고, 조선 사회의 구성원들 또한 이러한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그나마 양반계층은 과거, 음서 등으로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나, 양반계층을 제외한 다른 계층, 특히 하천민들에게는 그러한 사회적 지위의 획득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본 저작은 이런 상황 속에서 하천민들의 신분 상승 추구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대다수의 노비에게 학문의 탐구나 지배층의 배려란 비현실적인 꿈이었을 뿐이다. 노비는 신분제의 속박에 따라 대대로 주인가에 예속된 소유물이었고, 주인들의 관심은 오로지 그들의 경제적 가치에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노비들에게는 대개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지게 된다. 신분적 억압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는 대신 주인가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일생을 보내는 길, 도망 같은 소극적 방식으로 혹은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한 전복을 꾀하는 적극적 방식으로 저항을 시도하는 길, 경제적 성장을 활용하거나 군공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합법적인 면천을 도모하는 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호적을 통해 복원한 하천민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1.3. 글의 내용에 대한 감상
1.3.1. 사회사의 가능성과 성취에 대한 전망
필자는 본 저작이 일반적인 역사 서술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즉, 기존의 역사 서술이 주로 지배층 중심, 왕조 중심의 역사였다면, 본 저작은 호적 연구를 통해 당대 사회의 '민民/민중民衆'의 관점과 삶을 조명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역사를 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본 저작은 '수봉'이라는 한 노비와 그 가계의 신분 상승 과정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신분제도의 변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단순한 개념 설명이나 일반론적 서술이 아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당대 사회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즉, 역사의 주체로서 '민民/민중民衆'의 삶과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는 사회사(社會史) 연구의 가능성과 성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회사는 기존의 역사 서술이 간과했던 '보통 사람들'의 삶과 경험에 주목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보다 균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