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근대 자본주의와 이원론
1.1. 프랜시스 베이컨: 자연에 대한 지배와 추출
프랜시스 베이컨은 "근대과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데, 그는 자연을 지배하고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를 제시했다. 베이컨은 자연을 "제한되어야"하고 "속박당해야" 하며 "정비되어야" 할 "야수"로 규정했다. 그는 과학과 기술을 지배를 위한 도구로 여겼으며, "과학은 비밀을 캐내기 위해 자연을 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베이컨은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부드럽게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정복하고 복종시키며, 자연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라고 보았다. 자본가들은 베이컨의 이러한 사상에서 자연에 대한 지배와 추출의 정당성을 발견했다.
1.2. 데카르트와 이원론
데카르트는 자연이 무생물이 될 때에만 베이컨이 요구한 자연에 대한 지배가 정당화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전제를 완성하기 위해 데카르트는 세계가 둘로 나뉘어 있다는 플라톤의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이 근본적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인간이 정신(또는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생명체들 중 가장 특별하다고 주장했다. 정신은 인간이 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피조물은 생각 없는 물질에 불과하다. 동식물에는 영혼이나 섭리, 의도나 동기가 없다. 동식물은 자동화된 기계에 불과해 예측 가능한 역학 법칙에 따라 시계처럼 째깍째깍 흘러간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데카르트는 살아있는 동물을 해부하는 데 몰두했다. 생명의 역학적 본성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신체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파고들어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생명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비활성 물질일 뿐이고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데카르트의 손에서, 인간과 너머지 생명세계 사이의 연속체는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둘로 나뉘어졌다. 이 시각은 이원론으로 알려졌고, 데카르트의 물질론은 기계론적 철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작업은 세계를 미몽에서 깨우는 분명한 시도였고, 남아있던 애니미즘 철학 원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었다. 1630년대 이후부터 이원론 사상이 과학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개 교회와 과학이 서로 적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학혁명의 구조는 상당히 종교적이었으며 성직자들과 공동의 명분을 공유했다. 바로 자연으로부터 정령을 제거하는 것이다.
1.3. 계몽주의와 이원론
계몽주의 시대에 와서 이원론 사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주류가 되었다. 이원론은 대지를 소유해야 할 것으로 여겼기에 공유지에 대한 인클로저와 사유화를 인정했다. 역으로 인클로저는 이원론이 문화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평민들은 대지에서 소외되고 숲의 생태계로부터 단절된 다음에야 자신들이 나머지 생명세계와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상상을 납득하고 다른 존재를 대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기계론적 철학의 오류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 세기도 안되어 과학자들이 동식물과 다른 유기체가 사실상 살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면서 비활성 물질이라는 개념이 틀렸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악영향이 있었다. 이원론은 유럽 문화를 사로잡았다. 이원론은 세계를 둘로 나누려는 강력한 집단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었으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자연이 대상이 되자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소유와 추출에 대해 남아있던 윤리적 제약이 전부 제거되어 자본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대지는 재산이 되었다. 생명체는 물건이 되었다. 생태계는 자원이 되었다. 이를 통해 계몽주의 시대 이원론 사상이 자본주의의 확산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1.4. 이원론과 인간 주체성의 형성
데카르트의 이원론 사상은 인간 주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이 근본적으로 구분된다고 보았으며, 인간만이 정신을 가진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인간은 그 외 다른 생명체와 구분되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정신은 인간이 신과 연결되어있다는 징표이다. 반면 동식물 등 다른 생명체는 단순한 기계에 불과하며 생각이나 의도가 없는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데카르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해부하는데 몰두했다. 생명이 마치 기계와 같이 역학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인간과 자연,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했다. 이를 통해 자연은 인간에 의해 지배받고 착취당할 대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 신체 또한 자연의 일부로 간주되어 대상화되었다. 데카르트는 "나는 나의 몸이 아니다"라 주장하며, 개인의 정체성은 육체와 분리된 마음이나 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몸에 대한 통제와 규율을 부과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지배계급은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연과 마찬가지로 몸 또한 지배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1600년대부터 1700년대에 걸쳐 몸에 대한 규율과 훈육, 그리고 노동 생산성 극대화 등으로 이어졌다.
결국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인간과 자연의 분리, 몸과 마음의 구분을 통해 인간 주체성을 형성하고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이는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자연과 몸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2. 풍요로움 대 성장
2.1. 소득 증가와 평균 수명 증가의 관계
소득 증가와 평균 수명 증가의 관계는 복합적이며, 단순한 상관관계로 해석하기 어렵다.
경제학자 매큐언과 프레스턴은 소득 증가가 평균 수명 증가에 기여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장기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400여 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복지가 희생되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19세기 말 서구 사회에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소득 증가가 아니라 공중 보건과 위생 관리 개선에 기인했다. 즉,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은 오히려 인간의 평균 수명 증가를 지연시켰다고 볼 수 있다.
소득이 높다고 해서 언제나 기대 수명이 높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1인당 GDP는 높지만 국민 기대 수명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핀란드는 미국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지만 교육 수준이 높고 보편적 의료보장 제도를 갖추고 있어 국민 기대 수명이 더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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