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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
대한민국은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요리가 존재한다. 땅, 바다, 하늘 다양한 식자재로 만든 화려함이 특징인 전라도 요리부터,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경상도 요리,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담백하고 구수한 충청도의 요리까지, 다양한 식자재에 지역적 특색이 더해져 다채로운 요리 문화가 형성되었다. 특히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경기도는 전국 각지의 맛이 집합한 곳으로, 전국의 맛을 아우르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도 전통음식부터, 경기도만의 특색을 담은 향토음식까지 경기도 음식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2. 경기도 향토음식
2.1. 광주 효종갱
조선시대에는 수시로 궁궐을 드나들며 정사를 의논해야 했기 때문에 궁궐 주변에 재상이나 고관들의 집이 많았다. 궁궐 주변에서는 지위가 높은 관리들을 위한 술자리가 자주 열렸고 그때마다 낮은 관직의 사대부들은 과음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술이 덜 깬 고관들이 주막에 들어 해장국을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주막에서는 밤새 해장국을 끓여 고관들의 집에 아침 일찍 배달했는데, 이때 새벽종이 울렸다고 하여 '효종갱(曉鐘羹)'이라 불렀다고 한다.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년)에 따르면 "광주(廣州) 성내 사람들은 효종갱을 잘 끓인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을 토장에 섞어 종일 푹 곤다. 밤에 이 국 항아리를 솜에 싸서 서울에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때쯤 재상의 집에 도착한다. 국 항아리가 아직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고 했다. 지금도 남한산성 인근의 식당에 가면 최초의 배달 음식인 '효종갱'을 즐길 수 있다.
2.2. 고양 웅어찌개(웅어감정)
이름 모를 멸치과 생선 '웅어'는 몸이 가늘고 길며 고기의 옆면이 칼 모양으로 생긴 것이 특징이다. 봄철에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갈대밭 밑에서 산란한다고 하여 '위어'라고도 불리며 봄철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식자재로 알려졌다. 다른 생선에 비해 무기질과 비타민 A, 칼슘, 인, 철분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양 지역의 웅어는 한강의 행주, 대동강, 임진강 등에서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호어목지」에는 한강의 행주에서 웅어가 많이 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귀한 식자재답게 웅어는 조선시대에 왕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송남잡지」에도 "위어는 행주에서만 나오므로 지금 사옹원이 이를 잡아 진상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조선 말기에는 사옹원 소속의 '위어소'를 두어 웅어를 잡아 진상하게 하고, 석빙고에 보관하게 했다는 것이다.
행주 지역의 민가에서도 기름기 가득한 웅어를 잘게 썰어 웅어회비빔밥을 만들어 막걸리와 함께 새참 음식으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특히 고추장을 푼 물에 손질한 웅어와 풋고추, 붉은 고추, 생각즙, 다진 마늘, 버섯 등을 넣어 끓인 '웅어감정(웅어찌개)'이 별미였다.
이처럼 웅어는 예로부터 귀한 식자재로 여겨져 왔으며, 고양 지역에서는 웅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문화가 발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2.3. 경기도 면 요리
2.3.1. 냉면의 역사
한반도의 첫 번째 국수 재료는 '메밀'이었다.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데다, 한해 이모작이 가능하다. 메밀 반죽은 글루텐이 형성이 잘 안 돼서 단단하게 만든 면을 압착법으로 뽑아야 열탕에 넣어 삼아야 하는데, 이런 압착 방식의 면 추출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라고 한다. 독특한 압착법 때문에 자동화 기계가 나오기 전까지 냉면집의 면 뽑는 이들 중에 근골격계 환자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냉면은 「동국세시기」·「진찬의궤 進饌儀軌」·「규곤요람 閨?要覽」·「시의전서 是議全書」·「부인필지 夫人必知」등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던 음식으로 추측된다. 지금은 흔히 먹는 음식이지만 냉면은 매우 비쌀고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 냉면의 주재료인 고기와 메밀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실제 궁중의 잔치 기록인 『진찬의궤』나 『진연의궤』를 보면 크고 작은 잔치의 고임상에 반드시 국수가 올라갔으며 대개 온면을 차렸으나 1848년 3월 잔치와 1874년 4월 잔치 두 차례만 냉면을 차렸다. 얼음이나 고기 보기 힘든 백성들은 추운 겨울 아랫목에 앉아 동치미 국물에, 궁중이나 돈 있는 사람들은 겨울 아닌 때 고기로 육수를 낸 고급 냉면을 먹었다고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에 따르면 1910~20년대, 겨울에 한강의 얼음을 채취해 보관했다가 여름에 아이스크림, 빙수, 냉면 재료로 파는 냉동주식회사가 생겼고, 이를 계기로 겨울 음식이었던 냉면이 '여름 음식'이 됐다고 한다.
2.3.2. 북부의 꿩 냉면
남한 최북단 경기도에는, 전쟁 전후에 남한으로 내려왔던 실향민들이 경기도에 자리 잡고 고향 음식을 선보인 것이 시작이다. 특히 경기도 북부에 유명 냉면 맛집들이 자리 잡아 냉면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냉면 로드'까지 생겼다고 한다. 실제 전국 모든 아리랑의 시원이며, 아리랑 중 유일하게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토속민요인 정선아리랑의 경우에도 실향민들이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정착하게 되었다.
북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