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양 미술사
1.1. 미술의 기원
인간은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프랑스 남부의 니스에 있는 구릉유적지 테라 아마타에는 약 40만 년 전에 원시인류가 주거지를 세운 흔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물감의 원료가 되는 노간주와 끝이 뾰족하게 다듬어진 주황색 물감, 그리고 나무 그릇이 발견되었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이르러 놀라운 미적 감각을 지닌 그림들이 그려진다. 이 그림들이 바로 3만 5천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그려진 후기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다. 이 시대 미술의 최대 장관이자 걸작인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스페인의 귀족 사우투올라에 의해 발견되어 인류 최초의 구석기시대 미술로 1880년 발표되었다. 후기 구석기시대 미술에는 동굴벽화 외에 조각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2만 5천 년 전에 만들어져 '비너스 오브 빌렌도르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에서 출토된 11.1cm의 작은 돌조각 작품이다. 이 여인 조각상은 복부와 유방이 크게 강조된 반면 팔과 다리는 축소되어 있다. 사실적인 여인의 상이 아니다. 왜 이렇게 조각한 것일까? 후기 구석기시대 여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를 잘 낳는 것이었다. 아이를 잘 낳아야 씨족이 번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인 조각상의 배가 크게 되어 있는 이유는 바로 아이를 잘 낳기를 바라는 주술적인 염원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 이집트 미술
이집트 미술은 이집트인의 영혼과 육체에 대한 관념 및 종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집트인들은 인간은 육체가 죽은 뒤에도 살아남는 '카'라는 반신(半身)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피라미드나 미라, 그리고 죽은 사람을 위한 초상화나 조각상들은 모두 '카'를 만든 것이었다.
이집트 미술은 회화와 조각, 건축 분야에서 각기 독특한 성과를 이루어 놓았다. 이집트의 그림이나 조각은 다른 지역의 그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첫눈에 강렬한 개성을 느끼게 한다. 즉, 이집트 미술은 그 자신의 고유한 양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화가들은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옆모습이 얼굴을 표현하는 가장 주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했으며, 또한 눈은 정면에서 본 형태가 가장 완전한 눈의 모양이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옆얼굴에 정면에서 본 눈이 결합되어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가슴은 정면상이어야만 두 팔이 다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정면에서 본 가슴이 그려졌고, 두 다리와 발은 옆모습이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옆에서 본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집트 화가들이 원근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는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사물의 완전한 형태라고 믿고 있는 것을 그리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집트 화가들은 사람들을 그려 넣을 때, 그들 중에서 지위가 높고 중요한 사람을 크게 그리고, 그 외의 사람은 작게 그리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원근에 따라 사람의 크기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원근법은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이집트 미술은 고유한 양식과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이집트인들의 정신세계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집트 미술은 기원전 수천 년 동안 지속된 이집트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하며 변화하였고, 이후 다른 문명권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1.3. 메소포타미아 미술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위치한 고대 문명으로, 수메르, 아카드, 바빌로니아, 앗시리아 등의 문화가 번영했던 지역이다. 메소포타미아 미술은 이 지역에서 발전한 회화, 조각, 건축 등의 예술 양식을 통칭한다.
메소포타미아 미술의 특징은 앞선 이집트 미술과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먼저 회화의 경우, 이집트 미술에서 관찰되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묘사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입체감 있는 인물 표현이 나타난다. 또한 인물간 상호작용과 역동적인 동작을 담아내는 등 사실성이 더해졌다. 뿐만 아니라 원근법적 요소를 도입하여 공간감을 표현하려 시도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조각 작품의 경우에도 이집트 미술과는 차별화되는데, 이집트 조각이 정형화된 양식을 고수했던 것과 달리 메소포타미아 조각에서는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인체 표현이 돋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바빌로니아 시대의 의장석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는 사자와 용 등 상상적 동물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건축 분야에서는 대규모 신전 건축물이 발달했다. 지구라트라고 불리는 이 건물들은 단층의 대형 신전이 단계적으로 쌓여 있는 양상을 보이며, 이는 세속적인 세계와 신성한 영역을 구분하고자 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러한 지구라트 양식은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를 거치며 발전을 거듭했다.
이처럼 메소포타미아 미술은 이집트 미술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자연환경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상이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과 자연, 세속과 신성 등에 대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관념이 예술 양식에 투영되었던 것이다.
1.4. 에게 미술
1.4.1. 크레타 미술
크레타 미술은 미노스 미술이라고도 불리며, 미노스 문명이 발전시킨 독자적인 미술 양식이다. 미노스 문명은 외부의 영향 없이 거의 독자적으로 발생하여 번성했다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독특한 문명이었다.
미노스 미술은 명랑하고 유희적이며, 자연에 대한 깊은 친화감을 보여준다. 그들이 즐겨 그린 주제는 돌고래, 물고기, 문어 등의 바다 생물들이었다. 크레타가 섬이었기 때문에 미노스인들이 해양생물과 친숙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미노스의 대표적인 조각상으로는 크노소스에서 출토된 두 점의 테라코타 작품이 있다. 하나는 머리에 장식이 있고 몸에 뱀이 휘감긴 여신상이며, 또 다른 작품은 양손에 뱀을 들고 있는 여신상이다. 이 두 조각상 모두 큰 눈과 노출된 젖가슴, 원추형의 치마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은 메소포타미아의 신상 조각과 연결된다.
이처럼 미노스 미술은 명랑하고 유희적이며 자연에 대한 깊은 친화감을 보여주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미노스 문명이 독자적으로 발생하여 번성했던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1.4.2. 키클라데스 미술
키클라데스 미술은 에게 해에 있던 여러 섬들에 번성했던 문명권의 미술을 의미한다. 키클라데스 미술은 크레타 미술과 더불어 에게 문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고대 그리스 문명이 태동하기 이전 시기의 문화적 유산을 잘 보여주고 있다.
키클라데스 군도는 에게해 중심에 위치한 섬들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이 섬들에서 발전한 고유의 미술 양식은 매우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키클라데스 미술은 자연에 대한 깊은 친화감을 보여주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던 키클라데스 문명 사람들은 바다와 자연에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었고, 이는 그들의 미술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돌고래, 물고기, 문어 등 해양 생물들을 즐겨 소재로 삼아 화려하고 유희적인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둘째, 단순한 기하학적 문양이나 양식화된 형태를 주로 사용하였다. 키클라데스 미술에서는 자연 소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여백이 넓고 단순한 선과 면으로 구성된 양식화된 형태가 두드러진다. 이는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형태의 단순화와 추상화가 두드러진다. 키클라데스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상들은 인체의 비례나 세부 묘사에 관심이 적고, 오히려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당시 키클라데스 문화권의 예술적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키클라데스 미술에는 섬 문화의 특성인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깃들어 있다. 그들의 작품에는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이 넘쳐나며, 이는 고대 그리스 문화가 지닌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기원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요컨대 키클라데스 미술은 에게 문명의 고유한 전통과 특성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예술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섬 문화의 배경 속에서 발전한 키클라데스 미술은 후대 그리스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서양 미술사에서 고대 문명의 발흥을 대변하는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1.4.3. 미케네 미술
미케네 미술은 후기 청동기 시대 그리스 반도에서 발달한 미술로, 아르헤스(Aegeans) 문명의 한 갈래인 미케네 문명(BC 1600-BC 1100)에서 꽃을 피웠다. 미케네 왕국은 대규모 궁전과 고분 등 웅장한 건축물을 남겼으며, 이들의 회화와 조각은 당시 그리스 세계를 대표하는 미술이었다.
미케네 미술은 크레타 미술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특히 금세공품과 벽화 등에서 미노스 문명의 유산이 발견된다. 미케네 미술의 특징은 사실적이고 힘 있는 표현이다. 무기와 전투, 무용 등을 주제로 한 회화와 조각작품이 두드러진다. 또한 황금 분야에서도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어 미케네 문명의 막강한 권력과 부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미케네 미술작품으로는 황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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