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풍자소설의 이해
1.1. 풍자의 개념과 특징
풍자는 개인의 잘못이나 또는 사회 정치적 모순 된 현실과 풍조, 인간생활의 결함, 악폐, 불합리, 우열, 허위 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과 조소를 띤 글이나 말, 또는 표현 방법을 뜻한다. 원래 '풍자'는 내적 형식에 의거하여 정의되는 장르 개념이었으나, 18세기 이후에는 서양 문학 전통에서는 모든 장르에 나타날 수 있는 특유한 태도나 어조, 또는 문학상의 기교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바뀌어졌다.
풍자는 특히 사회가 이원적 구조를 이루고 있을 때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 사용된다. 구사회의 모랄이나 조직이 권위를 잃지 않고 잔존할 때 신사회의 모랄이나 조직이 거센 반발과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우리의 풍자 문학이 가장 활발했던 시대가 실학파에 의해 전통적 도덕 사회에 대한 반성과 자각이 움튼 18세기라는 것과 사회 개혁이 일어나던 개화기라는 사실, 그리고 일제의 침탈이 극을 치닫던 1930년대의 소설에 풍자적 요소가 많이 보인다는 것 등이 그 증거일 것이다.
풍자는 대상과 주제를 우습게 만들고(이 점에서 풍자는 골계의 하위개념이다) 그것에 대해 모욕, 경멸, 조소의 태도를 환기시킴으로써 대상과 주제를 깎아내리는 기능을 한다. 대상에 대해서는 우행의 폭로, 사악의 징벌이 되는 첨예한 비평이 되고 독자에게는 조소와 냉소가 되는 웃음의 현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풍자의 가장 주된 속성은 공격성이다. 공격의 목표는 대체로 작품 자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과녁이다. 대상에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은 부정 그대로의 공격인 것이다. 그러므로 과녁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웃음이 파생될 뿐이지, 웃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 과녁은 개인, 제도, 국가, 심지어는 e 처럼 인류 전체일 수도 있다.
풍자의 공격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풍자는 독백, 대화, 연설, 풍속과 성격묘사, 패러디 등속을 단독적으로 사용하거나 혼합시켜 사용하기도 하고, 기지, 아이러니, 조롱, 비꼬기, 냉소, 조소, 욕설 등의 어조를 사용함으로써 개방적인 문학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풍자가 희극, 기지, 유머, 아이러니 등과 명쾌하게 분별되지 않는 것은 공격방식의 이러한 개방성 때문이다. 풍자는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해학과 유사하지만, 익살이 아닌 웃음이라는 점에서 해학과 구별된다.
1.2. 고대 및 근대 풍자소설의 전개
고대 및 근대 풍자소설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풍자는 고대 그리스 희극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들에서 풍자는 종교적 의식에 기반한 희극의 한 형태였다. 이후 고대 로마에 이르러 풍자시의 장르가 확립되었으며, 중세에는 우화에 의한 풍자문학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르네상스 이후 라틴문학의 황금기에 나온 풍자시를 모범으로 각국어로 번역되면서 풍자소설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풍자소설로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보마르세의 「피가로의 결혼」, 고골리의 「외투」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한국문학에서는 「귀토설화」가 풍자소설의 효시로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중국 풍자소설을 모방한 가전체소설이 풍자소설의 대표적 작품이었다. 작품으로는 임춘의 「국순전」, 이규보의 「국선생전」, 이곡의 「죽부인전」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사상을 소재로 한 임제의 「수성지」가 속한 천군류와 「장끼전」, 「별주부전」, 「서동지전」 등이 속한 의인류가 성행하였다. 또한 꿈의 형태를 빌려 역사적 현실을 풍자한 몽유류에 김시습의 「남염부주지」, 심의의 「대관재몽유록」 등이 포함된다. 후기에 이르러서는 사대부, 위항인, 하층민 등 여러 계층의 문학으로 확대되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박지원의 「양반전」, 「호질」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고대와 근대를 거치며 풍자소설은 점차 그 범위와 깊이를 더해왔다고 볼 수 있다.
1.3. 한국 풍자소설의 흐름
한국 풍자소설의 흐름은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고려시대에는 중국 풍자소설을 모방한 가전체소설이 풍자소설류의 대표였으며, 작품으로는 임춘의 「국순전」, 이규보의 「국선생전」, 이곡의 「죽부인전」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사상을 소재로 한 임제의 「수성지」가 속한 천군류와 「장끼전」, 「별주부전」, 「서동지전」 등이 속한 의인류가 성행하였다. 또한 꿈의 형태를 빌려 역사적 현실을 풍자한 몽유류에 김시습의 「남염부주지」, 심의의 「대관재몽유록」 등이 있다. 후기에 이르러서는 사대부, 위항인, 하층민 등 여러 계층의 문학으로 확대되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박지원의 「양반전」, 「호질」 등을 들 수 있다.
근대 및 현대의 한국 풍자소설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1930년대에는 김유정의 「만무방」, 채만식의 「치숙」, 「논 이야기」 등이 대표작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1950년대 오상원의 「모반」, 1960년대 전관용의 「꺼삐딴 리」, 1970년대 이문구의 「우리동네 황씨」, 1980년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90년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으로 이어지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처럼 한국 풍자소설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기법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근현대 풍자소설은 당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등 시대와 함께 변모해왔다고 볼 수 있다.
2. 채만식의 「치숙」
2.1. 작가 소개
김성한은 1919년 1월 17일 함경남도 풍산에서 출생하였다. 함흥 함남중학을 거쳐 일본 야마구치고교를 졸업하였으며, 도쿄대학을 중퇴하고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였다. 광복 후 귀국한 김성한은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무명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이후 1954년 단편집 《암야행》을 발간하였고, 1955년 "프로메테우스와 신과의 5분간의 협상회담을 통하여 신의 질서에 저항한 인간의 승리를 암시한" 단편 《오분간》을 발표하였다. 1956년에는 바비도가 이단으로 몰려 불에 타죽게 되는 과정을 통해 교회의 횡포에 저항하는 진정한 신앙과 인간의 존엄성 등을 그린 단편 《바비도》를 발표하였고, 이 작품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1957년 《귀환》으로 자유문학상을 받았고, 1966년 《이성계》, 1968년 《요하》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김성한의 소설은 소극적이며 순응적인 인간상을 배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의 구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동적 인간형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2. 작품 줄거리
15세기 초엽 헨리 4세 치하의 영국. 교회의 부패가 극에 달하자, 이단으로 규정된 위클리프의 영역 복음서를 몰래 읽는 영국 백성들 사이에 성직자와 교회에 대한 불신을 날로 커져 간다. 이제 불신과 냉소의 집중 공격을 받은 교회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이단 분형령과 스미드필드의 사형장뿐이었다. 재봉 직공 바비도는 영역 성경 비밀 독회에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교회의 사제들은 성경의 해석을 독점하고 평범한 빵과 포도주를 성찬이라고 하면서 온갖 구실을 붙여 제 뱃속만 차리기에 급급한 현실이 환하게 보인다. 자신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교회 세력은 민중들을 의식화하는 영역 복음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순회 종교 재판소를 열어 저항 세력을 차단하고 있다. 바비도는 성경 모임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조차 재판정에서는 죽음이 두려워 그들의 과오를 회개하며 목숨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