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동시대 미술"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1. 서론
2. 기호의 분해와 시뮬라크르화
2.1. 기호의 분해
2.2. 시뮬라크르와 실재의 재구성
2.3. 시뮬라크르 속 허구적 실재의 전략
2.4. 자본에 의한 시뮬라크르의 대량 생산
3. 시뮬라크럼 속의 냉소주의자들
3.1. 계몽된 허위의식과 그 모순
3.2. 냉소주의 미술
4. 근대·현대 건축 양식
4.1. 모더니즘
4.2. 포스트모더니즘
4.3. 해체건축
5. 아우라와 복제시대의 미술
5.1. 아우라
5.2. 예술의 기능전환
5.3. 영화
5.4. 예술과 정치
6. 원본성의 비판: 장 보드리야르
6.1.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6.2. 하이퍼리얼리티
6.3. 예술
7. 참고 문헌
본문내용
1. 서론
사람은 흔적을 남긴다. 물건에는 손때가 묻고 글줄에는 기억이 담기며 사진에는 추억이 어린다. 작은 소지품에도 이토록 절절한 자취가 남는 법이거늘, 하물며 사람이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공간이야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런 만큼 건축은 더 이상 단순한 단위 공간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당대의 문명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양상을 고스란히 표방하는, 일종의 표상이라고 본다. 이는 세계를 조금만 뒤져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명한 건축물이 긍정하고 있는 바이다. 이처럼 언어는 우리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집을 지칭하는 것, 집을 나타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는 언어는 집이라는 개념에 일종의 형식과 틀을 부여하고 우리의 사고가 그것에 결부되도록 연관 짓는다. 우리가 창조한 기호가 우리의 정신을 억압하는 셈이다. 그 이외의 것은 도무지 생각조차 해낼 수 없도록. 그것은 말하자면 건축가들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그들은 자신의 창조물이 건축물로 인정받으면서도 인류 문명의 흔적을 제대로 남길 수 있도록 줄타기를 이어왔다. 그 방식은 저마다 판이하게 달랐다. 주거 공간 구성의 효율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각 지역의 역사와 전통에 주목하여 그것을 현대 건축에 접목하기를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리고 아예 건축이라는 틀 자체를 부수고 해체하려 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건축 양식은 각각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라고 명명됐다.
2. 기호의 분해와 시뮬라크르화
2.1. 기호의 분해
기호의 분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이었다. 근대 사회에서 언어는 외부 세계를 반영하는 자연적 산물로 여겨졌지만, 1960년대 구조주의 언어학자들에 의해 언어가 기표와 기의의 일대일 대응을 이루는 문화적 산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후 후기 구조주의자들에 의해 기호의 내부적 구조가 결코 견고하지 않고 오히려 유동적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모더니즘 시대의 언어가 가진 기표와 기의의 일대일 대응관계가 깨졌다. 이제 기의가 증발한 기표들만이 남아 끊임없는 유희를 이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기표들의 차연(差延)은 언어학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장 보드리야르는 상품과 기호의 구조주의적 교차 관계에 주목하며, 전통적 언어학에서 공리처럼 이용되는 기호의 자의성이 결국 하나의 기표와 하나의 기의 사이의 등가를 상정하는 데에서 비롯된 허구라고 지적했다. 보드리야르는 기표와 기의, 나아가 기호와 지시대상을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제 지시대상은 더 이상 자율적이고 구체적인 실체가 아니라 기호의 형식에 의해 유도되는 것이 되었다.
이처럼 기표와 기의의 일대일 대응관계가 깨지고 기표와 기의의 다의적 관계가 가능해짐에 따라, 하나의 기표가 여러 기의를 가리킬 수 있고 하나의 기의가 여러 기표를 가리킬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의 정치경제학에서도 드러나는데, 보드리야르는 상품이 기호로서 의미화되고 기호가 상품으로 교환되는 현상을 '기호의 정치경제학'이라고 설명했다.
2.2. 시뮬라크르와 실재의 재구성
기표와 기의의 일대일 대응관계가 깨지고 난 뒤 기호의 다의적 관계는 세계 도처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의를 상실하고 남아있는 기표들이 단순히 기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새로운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이처럼 기표의 장막이 드리워진 포스트모더니즘 세계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의 개념을 도입한다.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의 동사적 의미를 지닌 단어이며, 시뮬라크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이다. 시뮬라크르가 재현이나 모방과 다른 점은 흉내낼 대상 즉 원본이 없는 이미지라는 것이다. 또한 이 이미지는 그 자체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어서 현실을 대체하기까지에 이를 수도 있다.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의 진위여부에 의해 규제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시뮬라시옹은 사실성도 없는 실재,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파생실재를 산출하는 작업이다. 여기서 보드리야르는 특히 시뮬라시옹이 시뮬라크르를 실재와 일치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다름'과 '차이'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시뮬라시옹은 참과 거짓, 실재와 상상 사이의 다름 자체를 위협한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사회 현상의 특이점으로 재현적 상상세계가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통적인 이원론을 기반으로 하는 재현과 이미지 생산의 원동력이었던 상상력이 사라짐으로써 세계는 실재와 이미지가 동일해지는 일원론의 현상으로 접어들게 된다.
시뮬라시옹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실재가 된 이상 실재는 합리적일 필요도, 이상적인 기준이나 형이상학의 형식을 띨 필요가 없다. 시뮬라크르의 공간은 휘어지는 곡선의 세계로서 이 안에서 지시대상은 사라져버린다. 실재는 이제 모더니즘 언어 기호학의 견고했던 일대일 대응관계가 깨지면서 한결 유연해진 기호들로 대체되었다. 이제 실재는 더 이상 과거의 실재, 즉 영원불변하고 절대적인 외부적 존재가 아니다. 실재는 쉽게 그 모습을 바꾸고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는 기호로 전환되었다. 실재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역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은 인간에게 불안감과 공허감을 줄 뿐만 아니라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권력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뮬라시옹은 권력과 자본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과거의 실재에 대한 인간의 향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재와 지시물을 인위적으로 재생산하기 시작한다. 즉, 소멸된 지시대상이 다시 시뮬라크르의 남아있는 기호, 즉 기표의 체계 속에서 부활하여 시뮬라시옹을 더욱 강화하는 데에 일조한다. 이는 실재의 부활이 아니라 파생실재의 허구적 생산이며 궤도적인 순환으로 이어진다.
2.3. 시뮬라크르 속 허구적 실재의 전략
시뮬라크르 속 허구적 실재의 전략은 권력과 자본이 소멸된 실재에 대한 인간의 향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재와 지시물...
참고 자료
단행본
페터 슬로터다이크, 이진우, 박미애 공역, 《냉소적 이성 비판》, 에코리브르, 2005
장 보드리야르, 이규현 역,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문학과 지성사, 1998
할 포스터, 이영욱, 조주연, 최연희 공역, 《실재의 귀환》, 경성대학교출판부, 2003
논문
장 보드리야르, 하태환 역, 〈시뮬라크르들의 자전〉,《시뮬라시옹》, 민음사, 2001
장 보드리야르,『시뮬라시옹』, 하태환, 민음사, 2001
심준섭, 「쟝 보드리야르 이론과 소비문화의 관점을 통한 미술비평」, 2009 등
근대건축. 대한건축학회 건축용어사전. 대한건축학회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작품, 모더니즘 운동에 관한 탁월한 기여.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