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팝아트에 나타난 시뮬라크르 현상
1.1. 보드리야르의 과도현실과 시뮬라크르
1.1.1. 보드리야르의 예술론
보드리야르의 예술론은 현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시뮬라크르(Simulacre)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실재를 모방하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로 변화했다. 즉,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과도현실(hyperreal)'이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드리야르는 예술의 위상과 기능 역시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본다. 과거 예술은 실재를 반영하고 재현하는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예술은 더 이상 실재를 재현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만을 생산하게 되었다. 예술작품은 어떤 실재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시뮬라크르'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보드리야르는 팝아트를 이러한 시뮬라크르 사회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주목한다. 팝아트 작가들은 대중문화의 이미지와 오브제를 차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는 실재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즉, 팝아트는 실재에 대한 모방이 아닌 '시뮬라크르'의 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보드리야르는 팝아트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의 대량 생산과 복제, 그리고 기호의 내재화 현상이 현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써 실재와 이미지, 원본과 복제 간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시뮬라크르가 지배하는 세계가 구축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보드리야르에게 현대 예술, 특히 팝아트는 시뮬라크르 사회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문화 현상이다. 팝아트 작품은 더 이상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를 모방하고 재생산하는 '시뮬라크르'의 생산물로 볼 수 있다.
1.1.2. 시뮬라크르의 세계
시뮬라크르의 세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모조물을 지칭한다. 시뮬라시옹이란 모조라는 의미로 시뮬라크르의 동사형을 의미한다.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시뮬라시옹이라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라고 본다.
이미지는 4가지의 연속적 단계를 따른다. 첫 번째는 이미지가 심층적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미지가 심층적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미지가 심층적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는 것이며, 네 번째는 이미지는 그 어떤 실재와도 관계 없으며 스스로 순수한 모조물이라고 이해되는 단계이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이미지는 실재를, 자신의 원형을 살해할 수 있는 살상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하이퍼리얼리티란 실재보다 더 실재한 것을 의미한다. 가상이지만 실재처럼 보여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디즈니랜드가 있다. 디즈니랜드는 환영과 유희를 주는 상상적 세계로 모든 가치가 향기롭고 평화롭게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실재의 세계는 환상적이지만은 않지 않은가. 그래서 디즈니랜드란 사실적이지 않은 가상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가상의, 모조화 된 세계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미국적 생활방식의 찬사, 모순된 현실의 미화와 같은 것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3차적 모조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바로 실재가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예술의 무의미를 주장하였다. 예술은 무가치해졌으며 어느 누구도 예술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무언의 합의를 통해 의미있는 예술로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뒤샹의 과 같은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변기는 예술이 되었고 예술은 그로 인해 평범해졌다. 더 이상 예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 졌는데 대중들은 그것이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였다.
결국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현실이 모두 시뮬라시옹으로 대체되어 과도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현실은 존재하지 않고 예술과 세계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은 모델을 따라 생산되는 것이며, 디즈니랜드는 미국보다도 더 미국적이지만,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기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실재의 허구를 역으로 재생하기 위해 설치된 저지기계이다.
1.2. 팝아트의 형성과 특징
팝아트의 형성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팝아트는 1960년대 초기에 나타나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 발달된 조형적 예술 세대로부터 추출된 과장되어진 현상과 이미지를 다루는 미술이다.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팝아트라는 용어는 오로지 대중매체가 아닌 주로 보여 지는 것에 대한 기술로서 의미 지어졌으며, 이 용어의 사용자는 주로 50년대 이미 만들어진 환경에 예술을 연관시키는데 주력하는 미학 확대론자였다. 광고, 칼라사진과 생산물, 대형스크린 영화, 초기영국 텔레비전, 자동차 스타일링 등이 팝아트와 동등한 개념으로 간주되었다.
리차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은 예술의 바람직한 특성을 '일시적이고, 대중적이며, 싸구려이고, 대량생산된 것, 젊고 재치 있고, 섹시하며, 교묘하고, 매력적인 것, 동시에 대기업인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이미 대중문화의 특성을 설명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상한 미술'에 반기를 들고 '저속한' 대중문화와의 접합을 기치로 내세웠던 팝아트는 고도의 산업화된 1960년대 서구 대중사회의 환경을 미술 안으로 수용한 미술사조인 것이다.
팝아트의 소재들은 만화, 광고, 간판, 카우보이, 영화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팝아트는 한마디로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다루는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팝아트의 등장이 전적으로 역사적인 영향 때문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