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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지국가에 대한 고찰
1.1. 복지국가의 정의
일반적으로 '복지'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만족스러운 상태, 건강, 번영, 안녕'등이다. 그러므로 복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만족스런 삶이 영위되며 건강과 행복의 조건들이 충족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 대비시키면 비복지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 질병, 빈곤, 불안, 불행한 상태'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지-비복지를 대비시킬 때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 복지국가는 '국민들의 비복지를 제거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 혹은 '국민들의 복지향상을 가장 중요한 책임과 의무로 삼는 국가'로 정의될 수 있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함께 발전해 왔으며, 정치적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복지국가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거시구조적 맥락에서 (national minimun standards)를 강조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고 사회적 위험들로부터 국민들의 삶의 안전을 보장한다.
복지국가는 사회보장을 중심으로 복지정책과 완전고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혼합경제사회체제이며, 특히 사회보장이 발달한 나라를 복지국가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에서나 사회주의에서도 없는 중간의 체제로, 자본주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회주의 장점을 취한다. 또한 모든 서비스가 권리로서 부여되며,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완전고용, 소득유지, 보건, 주택, 교육 및 이에 관련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의 강조가 그 목표이다.
정치 경제사적 관점에서 보면 복지국가란 사회주의와 무제한적인 개인주의의 양극단의 절충으로서 불완전하나마 인도적, 진보적 사회의 한 유형을 표명한 것이다. 즉, 복지국가의 탄생은 자유주의국가와 그 경쟁자인 사회주의국가의 혼합인 새로운 국가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약화된 자본주의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1.2. 복지국가의 발전
1.2.1. 복지국가의 기원
일반적으로 복지국가의 기원을 1880년대 독일에서 수립된 사회보험제도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빈민 구호에 관한 법률들이 이미 14세기부터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복지국가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개인이 다양한 삶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중요한 복지 제공 주체는 가족과 친족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공동체 내의 친구, 이웃, 동업조직, 그리고 종교단체를 비롯한 각종 자선단체 등이었다. 국가는 상대적으로 빈민 구호에 개입하는 정도가 낮았다.
그러나 14세기 들어 봉건제가 해체되면서 많은 유망인과 걸인이 양산되었다. 이에 국가는 빈민을 통제하기 위해 복지 제공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1601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구빈법이다. 엘리자베스 구빈법은 14세기 이후 확립된 빈민 통제와 노동 통제, 그리고 빈민 구제에 대한 국가의 법적·재정적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구빈법은 여전히 잔여적 복지 제공에 그쳤고, 모든 사람들의 생존 유지를 위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1880년대 독일에서 제정된 일련의 사회보험 제도들은 공적, 노동포섭적, 항상적, 예방적, 제도적 복지 제공의 새로운 주체인 복지국가를 태동시키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사회보험 제도는 이후 전 유럽으로 확산되어 1919년까지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복지국가의 가장 핵심적 제도로 정착되었다. 유럽과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이질성이 높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경제공황기 즈음에 이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이처럼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사이에 유럽과 북미에서 수립된 핵심적 복지제도들은 그 이후 복지국가가 양적·질적으로 더욱 확장되는 토대가 되었다.
즉, 복지국가의 기원은 14세기부터 시작된 빈민 구호 제도의 역사에 있지만,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사회보험 제도가 복지국가 발전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2.2. 복지국가 발전의 역사
복지국가 발전의 역사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복지국가의 정착기(1920~1945)이다. 이 시기는 1·2차 세계대전과 경제공황이라는 역사적 사건들이 복지국가 발전의 핵심 요인이었다. 전쟁 중 국가는 효과적인 국민동원을 위해 전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에 따라 노령연금, 실업보험 등의 사회복지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대공황으로 인한 광범위한 실업과 빈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의 경제개입과 복지개입이 확대되었다. 이 시기에 복지제도의 양적 확충, 수혜자 범위의 확대, 복지예산의 증대 등이 이루어졌다.
둘째, 복지국가의 팽창기(1945~1975)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30년간 지속된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의 시대 속에서 복지국가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국가-자본-노동 간의 화해적 정치구조가 유지되면서 경제성장-완전고용-복지국가로 이어지는 '동의의 정치'가 실현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복지제도들이 보편화되고 사회서비스와 공적부조도 확충되었다. 복지지출 또한 GDP 대비 10%대에서 20%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셋째, 복지국가의 재편기(1975~현재)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위기와 더불어 보수정권의 등장으로 복지국가는 위기에 직면했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통해 복지지출이 억제되고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실업률 상승,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복지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복지비용은 계속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복지삭감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으며, 복지국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처럼 복지국가의 발전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민주화라는 거시적 조건들 속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노동계급과 진보정당의 정치적 힘이 강화되면서 보편적 복지와 재분배가 추진되었다. 하지만 최근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복지국가의 위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앞으로 복지국가는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