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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농양(Liver Abscess)
1.1. 간농양의 정의와 특성
간농양(liver abscess)은 정상인의 간에서는 미생물이 살지 못한다. 우연히 세균이나 기생충 등이 들어오더라도 즉각적으로 면역 세포들이 공격하고 제거하여 미생물이 간에서 자리잡고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항암화학요법을 포함한 면역억제치료로 인해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 담도의 악성 종양 등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에 변화가 발생한 환자, 혹은 드물게 정상인에서도 세균이 이러한 방어를 뚫고 간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감염이 정상 간세포와 간조직을 파괴시키고 그 자리에 고름이 고이게 되면, 간농양이 형성된다. 간농양 중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이 화농성 간농양과 아메바성 간농양이며, 이 둘은 증상은 비슷하지만, 진단과 치료에는 큰 차이가 있다.
1.2. 간농양의 병태생리와 원인
간농양의 병태생리와 원인은 다음과 같다.
간농양은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미생물이 세균이냐, '아메바'라는 기생충이냐에 따라 나뉜다. 세균에 의한 간농양은 '화농성 간농양'이라고 부르고, 아메바(정확히는 Entamoeba histolytica라는 기생충)에 의한 간농양은 '아메바성 간농양'이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간농양은 대부분 화농성 간농양이다.
화농성 간농양은 간에 들어온 세균을 면역 세포들이 초기에 제거하는 데 실패한 경우에 발생하게 되며, 이렇게 면역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간농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현재 화농성 간농양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간에서 생산된 담즙이 배설되는 경로인 담관을 세균이 역행하여 침범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이 부위에 담석증, 간내 결석증, 담도 악성 종양 등 담도계 질환이 발생하거나 간이식 수술 등 이 부분의 구조가 바뀌는 수술을 하는 경우, 정상적으로 세균의 침입을 막던 구조가 손상되어 세균이 침범하고 화농성 간농양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이 부위의 구조적 변화 없이도 당뇨병, 만성 콩팥병(만성 신질환), 간경변증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세균의 침입을 막지 못하고 화농성 간농양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아메바성 간농양은 이질 아메바(Entamoeba histolytica)라는 기생충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질 아메바에 이미 감염된 환자의 대변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으면 감염된다. 이 기생충이 장염 다음으로 흔하게 일으키는 감염이 간농양으로, 장에서 혈액의 흐름을 따라 간까지 침범하여 감염을 일으키고 고름집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위생 환경이 좋지 않던 시절에 아메바성 이질과 아메바성 간농양이 종종 발생하였으나, 현재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멕시코, 남아메리카 일부 등 위생 환경이 좋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 살다가 왔거나 이 곳들을 여행한 젊은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1.3. 간농양의 증상
화농성 간농양은 발열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화농성 간농양 환자의 80%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간이라는 비교적 큰 장기의 안쪽 깊숙한 곳에 고름집이 있기 때문에 피로, 식욕 감소, 전신 근육통과 함께 체중 감소 등의 비특이적 증상만 발생하고, 정작 간에 문제가 발생한 상태를 추정할만한 증상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복통, 우상복부 압통(단순하게 아픈 것을 넘어, 누르면 더 아픈 것을 의미한다), 황달 등이 있으며, 복통은 55%, 우상복부 압통도 55%, 황달은 10~25%만이 발생한다. 발열과 황달 그리고 우상복부 통증이 발생하면 전형적으로 화농성 간농양을 의심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전체 화농성 간농양 환자 10명 중에서 1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비특이적 증상만 발생하기 때문에 발열, 오한 그리고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만으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