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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사계절의 상인'
1.1.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은 독일영화계에서 전설로 꼽힌다. 1982년에 37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파스빈더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다작을 찍어냈으며 '뉴저먼 시네마' 감독 사이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파스빈더 감독은 40여 편에 이르는 작품 수로도 유명하고 텔레비전, 연극, 영화,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매체를 넘어 다니며 일했다. 자신이 제작한 연극이나 영화에도 빈번하게 출연했으며 영화연출 작업은 쉬지 않았다. 심장의 1969년과 1970년 사이에는 무려 9편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다양한 소재들을 발굴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파스빈더 감독은 가끔 날림영화라고 여겨질 정도로 속전속결주의로 영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늘 만듦새와 상관 없이 도발적이고 창의적이었다. 파스빈더는 뉴저먼 시네마 세대의 다른 감독들처럼 나치즘에 대해 반성하고 산업화한 독일 사회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만이 독일영화가 나아갈 길이라고 여겼다. 파스빈더가 제작한 대부분 영화는 독일 사회에 남아있는 파시즘의 잔재들을 공격하는 것들뿐이었다. 파스빈더 감독은 60년대 중반부터 전위연극 활동했으며 영화적인 뿌리에도 아방가르드가 존재한다. 파스빈더의 초기 영화들은 답답할 정도로 느린 특성을 보여 준다. 카메라는 움직이질 않고 배우들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사를 암송하는 듯하다. 관객으로서는 관람하기가 매우 괴롭고 기존의 영화적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연출방법은 반환상주의와 반사실주의적인 브레히트의 방법론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파스빈더는 무대에서 연기할 때에도 야유받으려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실제로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서 인사를 하는 등 관중의 환호를 받는 것처럼 무대 연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대 초반이 되어 파스빈더는 관객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스빈더는 관객을 사랑하려는 방법을 통속극을 통해서 연구하기도 했다. 파스빈더는 당시의 독일 대중이 가장 좋아했던 더글러스 서크의 통속극 스타일을 특히 구체적으로 탐구했다.
1.2. 영화 '사계절의 상인'
1.2.1. 배경과 줄거리
영화 '사계절의 상인'은 파스빈더 감독의 초기 작품으로써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소멸하여가는 한 남자의 불행 가득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한스는 장남이며 천덕꾸러기로 등장한다. 가정에서 그의 지위가 추락해버린 이유는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한스는 과일 행상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 마을과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과일을 팔러 다니는 한스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만 벌어가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과일 행상이란 직업은 한스의 어머니에게 부끄러움 그 자체였다. 어머니는 한스를 천대하고 가족 모두에게 이 천대는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누구 하나 한스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한스가 실수를 저지르면 기회를 잡아 공격하기 바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스는 폭력과 술로 내몰렸고, 급기야 한스는 아내를 폭행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한스는 충격을 받고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회복된 이후로는 술과 고된 일을 멀리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직접 행상을 하지 않고 사람을 고용해 과일 파는 일을 이어나간다. 뜻밖에도 장사는 호재를 불렀고, 한스의 어머니 역시 한스가 행상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한다. 한스는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지기 시작한다. 스스로의 존재감을 상실해버린 한스는 결국 쓸쓸한 죽음밖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1.2.2. 영화사적 의미
파스빈더 감독은 영화 안에서 폐쇄적 이미지를 자주 탐색했다. 그의 영화 속에서는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낄만한 초점이 맞아들어간 원거리 촬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초기 작품들에서는 시각적 마비까지 일어나는 듯하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이유도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영화가 가지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파스빈더는 영화를 만들어 낼 때마다 그 시점에 자신이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