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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과 종교의 관계
1.1. 갈릴레오의 종교재판
갈릴레오의 종교재판 당시 통념과는 달리, 이 사건을 단순히 과학과 종교의 대립이라고 볼 수 없다. 당시 카톨릭교회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개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카톨릭교회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교회에서는 철학적 또는 과학적 배경이 약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교황 자신도 개인적으로 갈릴레오의 책이 교회의 권위를 조롱한다고 여겨 분노하였다. 또한 갈릴레오의 순진한 믿음에 따라 교황청 측에 자신의 주장을 단순히 이성적으로 설득하려 하였으나, 교회 당국에서는 과학적 주장 자체를 억누르면 그 이론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갈릴레오와 카톨릭교회 사이의 갈등은 개인의 성향과 교회의 정치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단순히 과학에 대한 종교의 억압이나 대립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당시 교회와 과학 사이의 관계가 항상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니며, 종교가 과학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1.2. 다윈의 진화론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통해 진화론을 발표하자 그것은 기독교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론이 '신에 의한 종들의 창조되었다'라는 성경의 창조론과 정면으로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화론을 통하여 야기된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문제는 인간의 자연세계에 있어서의 위치와 그 도덕적 특성, 그리고 신의 역할에 관한 전통적인 기독교 논리에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러한 생명의 시작과 그 변천에 관한 두 가지 이론, 과학적 입장인 진화론과 종교에 입각한 창조론은 진화론 발표 당시에부터 논쟁을 시작하여 현재까지에도 양자 사이의 뚜렷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은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례를 통하여 과학과 종교가 하나가 인정되면 다른 하나는 존재할 수 없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1860년 옥스포드에 있었던 헉슬리와 윌버포스와의 논쟁이나 1925년 미국 법정에서 벌어진 스코프스의 공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진화론과 창조론은 끊임없이 서로를 공격하여 왔다.
그러나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였을 당시에 기독교인들로부터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았지만, 기독교인들의 태도가 반드시 진화론에 대해서 적대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진화론이 발표될 당시에 이미 종이 변화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상의 새로운 발견으로 사람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종들을 접하게 되고 이들은 기존의 일관된 종의 체계에 혼란을 가져왔다. 또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지질학상의 격변설과 동일과정설과의 논쟁에서 동일과정설의 승리 등은 종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대부분의 기독교 지식인들은 진화가 사실임을 받아들였다.
1896년 프레드릭 템플 캔터베리 대주교가 옥스포드 뱀프튼 강연에서 '종교와 과학과의 관계'에 관해 강연을 하면서 진화를 공리로서 받아들인 사건이 이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한 "수용"을 넘어서 오히려 다양한 이유에서 적극적으로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아사 그레이, 킹즐리 등은 다윈이 우주에 존재하는 설명 불가능한 것들의 수를 줄였고 따라서 신의 설계 쪽을 향하도록 해준다는 이유로 다윈을 환영하였다. 심지어 드러몬드는 자연선택을 "자연신학의 진정하고 훌륭한 소득"으로서, 『종의 기원』을 19세기에 나타난 "기독교 옹호론"의 문헌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환영하기까지도 하였다.
이처럼 종교와 과학의 대립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에서조차 현시적으로 보였던 대립관계를 넘어서 인정과 수용의 자세가 관찰되는 것으로 볼 때 과학과 종교가 적대적이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진화론의 발생 전·후의 과정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도 발견된다.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분류학·지질학적인 학문적인 발견과 개인적인 가정의 분위기, 그리고 사회전반적인 인식의 변화 등 각가지 요인이 결합하여 존재하는데, 18세기와 19세기 전반에 걸쳐 영국에 만연해 있었던 자연신학의 배경 또한 중요하였다. 자연신학자들은 자연현상에서 신의 지혜화 능력이 나타나는 사례들을 지적했고, 동식물의 형태와 구조에서 신의 의지와 설계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이러한 자연신학적 관심은 자연히 종과 종의 진화문제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다윈이 진화론의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진화론의 발견 역시 종교에 있어서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진화론 발표 당시에 종교라는 명분하에 창조와 지질학을 조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존재하였다. 파이머스 수도승이었던 고쓰는 『옴팔로스』에서 천지창조의 시점에 새로 생겨난 것이 그 자체 내에 성장이나 출생의 표시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허황된 공론은 성경의 내용을 지적인 유희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당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맛보게 하였고 지적으로 고통을 주었다. 그리하여 다윈의 진화론을 이러한 공론으로 인한 불경스러움으로부터 기독교 교리를 보존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존재하였다.
또한 다윈의 진화론은 일부 진보적 성직자들에게 성경의 글자 그대로의 진실성을 주장할 의무를 해방해 줌으로써 성서해석에 있어서 자유성을 보장해 준 것 역시 긍정적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된 새로운 발견이나, 역사적인 측면에서의 발전 등이 성경을 전통적이고 보수적이게 해석하고만 있을 수는 없도록 하였는데, 진화론은 진보적 성직자들에게 새로운 설명의 틀을 제시하여 준 것이다.
1.3. 과학과 종교의 긍정적 관계
1.3.1. 머튼 명제
최근에는 종교가 오히려 과학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 의견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최초는 바로 미국의 사회학자 머튼(Robert K. Merton)이 주장한 이른바 '머튼명제'이다. 머튼은 17세기 영국의 새로운 과학이 개신교, 특히 '청교도의 윤리'와 부합되고 그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청교도 윤리는 신의 영예를 드높이고 인류와 사회에 공헌을 하려하며, 그러기 위해 근면과 열성을 기울이며 이성과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갖는다. 또한 기존의 기독교와 달리 현세 긍정적인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과학의 관념과 공통된 점이 많으며 과학 활동에 조상하는 일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 신에게 공헌이 된다는 생각을 뒷받침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 청교도들이 과학자들 사이에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머튼은 종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