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사랑의 온도, 사랑의 화학
1.1. 뜨거운 사랑의 온도는 100℃일까?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이성이 마비되고 열정이 분출돼 행복감에 도취'되는 순간 우리는 사랑에 빠졌음을 느낀다. 만약 사랑의 온도를 잴 수 있는 온도계가 있다고 한다면, 사랑에 빠진 순간의 온도는 100℃일 것이다.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커플을 보고 '뜨겁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들의 사랑의 온도가 모두의 눈에 뜨거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사랑의 온도>에도 이러한 사랑의 온도가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인 동희와 영의 사랑의 온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서로 첫눈에 반하는 장면부터 서로를 가족보다 더 편하게 대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나는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사랑의 과정을 수업 시간에 배웠던 사랑의 화학 작용과 연관하여 본 보고서를 작성했다.
1.2. 100℃에서 0℃까지
1.2.1. 100℃의 사랑
두 주인공인 동희와 영은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났다. 그들은 다른 직장 동료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연애를 시작했다. 이러한 비밀 연애라는 조건은 그들의 사랑의 온도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들은 3년 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했다. 영화에서 그들의 연애의 온도가 100℃일 때, 주인공들의 사랑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마치 세상에 둘만 있는 듯이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눈에서 불꽃이 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뜨거운" 사랑의 모습이다.
이처럼 100℃의 사랑을 경험하는 두 주인공의 몸에는 '페닐에틸아민(PEA)'이라는 호르몬이 대량 분비된다. PEA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열정을 분출시켜 행복감에 도취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흥분의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테프린과 중독과 갈망의 호르몬인 도파민도 함께 분비된다. 이러한 호르몬들의 왕성한 분비는 사랑에 빠진 상태를 나타낸다.
이들의 100℃의 사랑은 스탠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 중 열정에 치우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열정, 친밀, 헌신의 세 요소 중 열정이 지나치게 강해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삼각형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또한 Lee(1973)의 사랑의 유형 중 열정적 사랑(eros) 유형에 해당한다. 이 유형은 강한 정서적 감정이 특징이며, 동희는 영의 외적 매력과 신체적 매력에 이끌려 그녀와 강력하고 육체적인 관계를 원했다.
이처럼 100℃의 연애를 하는 두 주인공은 단지 서로에 대한 열정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직은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헌신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연애 초반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적인 사랑의 형태로 발전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1.2.2. 50℃의 사랑
50℃의 사랑에서 두 주인공의 몸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지나가버린 옛 사랑의 기억이 지워주는 호르몬이라서 기억상실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서 지나간 기억을 잊는 것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나간 사랑을 잊어야지만 새로운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옛사랑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면, 지나간 애인에 대한 기억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화에서 동희는 영이의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자 화를 내며 불쾌해하지만, 영이는 전 남자친구에게 분명한 태도를 취하며, 동희에게 그를 다 잊었음을 확인시켜준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한 후에 상대방을 잊는 것은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 아픈 시간들을 견디고 나면, 그 사람이 무뎌질 때가 반드시 온다. 죽을 만큼 사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덤덤해질 수 있는 이유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옛 사랑의 기억을 지워주었기 때문이다.
연애의 온도가 100℃일 때보다, 50℃일 때, 두 주인공의 모습은 더욱 안정적으로 보인다. 물론 연애 초기의 애정 표현은 줄어들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유대가 쌓여서 그 둘은 서로에게서 안정감을 얻는다. 함께 누워서 TV를 보거나, 같은 공간에서 편하게 각자의 할 일을 하는 모습은 연애 초반에서 볼 수 없었던 편안함과 안정감이 생긴 모습이다. 이들의 사랑이 변화한 이유를 스탠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100℃의 연애를 할 때에는 열정, 친밀, 헌신 중 열정에 치우친 사랑의 삼각형이라고 했다. 50℃의 연애를 할 때에는 초기보다 열정은 줄어들고 친밀과 헌신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삼각형의 형태를 갖게 된다. 안정적인 정삼각형 형태의 사랑이 되면서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연애 관계에 있어서 스탠버그의 삼각형 이론은 다양한 패턴과 정도를 지닌다. 연애 초반에는 안정된 정삼각형 모양이었다가 점차 헌신에만 치우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다. 연애 방식에 따른 개인차가 있으나, 영화에서는 100℃에서 50℃로 연애의 온도가 식어감에 따라 좀 더 안정적인 사랑의 삼각형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두 주인공이 연애 초반에 했던 100℃의 사랑은 Lee(1973) 사랑의 유형 중에서 열정적인 사랑에 해당했는데, 연애 중반에 하는 50℃의 사랑은 우애적 사랑(storge)에 가깝다. 이 사랑의 특징은 사랑을 활동을 공유하는 우정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