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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사피엔스』는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과 이해의 폭을 크게 확장시킨 저작이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문명의 기로에 서 있는지를 조망한다. 단순히 과거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 책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동시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약 7만 년 전, 인간은 단지 수많은 동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저자는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인간을 다른 생물종들과 차별화시킨 핵심 요인이었다고 설명한다. 언어와 상징을 사용하고, 허구를 믿으며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에 성공한 비결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허구 창조 능력'이 진화의 결정적 요소였다는 점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신화, 종교, 기업, 국가 등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제도와 믿음체계들은 실체가 없는 허구이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협력할 수 있었기에 인류는 대규모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픽션을 믿는 능력이 협력의 열쇠가 되었다"는 명제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우리는 농업혁명을 일종의 인류 문명의 진보로 여기지만, 저자는 이를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평한다. 농업은 인간의 생활을 정착시키고, 더 많은 음식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노동 시간을 늘리고, 영양 상태를 악화시키며, 권력과 불평등을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에게 길들여졌다"는 표현이다. 이는 인간이 환경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생태적 조건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농업은 인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자연과의 거리를 벌리고, 인간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허구의 구조물'에 대한 분석이다. 돈, 종교, 제국 등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실제로는 인위적이며, 유지되기 위해 지속적인 신념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한다. 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