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1.1. 아픔이 길이 되는 과정
사회 속에서 개인은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관계 속에서 개인이 차별, 폭력, 혐오 등을 경험하게 되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이는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구직 과정이나 일터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통계 결과, 여성은 차별을 겪었음에도 실제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한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가장 나쁘게 평가했다. 즉,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가장 큰 신체적,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다.
남성 역시 학교폭력을 경험하고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경우 우울 증상 유병률이 가장 높아, 학교폭력 경험이 오랫동안 그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이 경험한 차별과 폭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개인의 몸에 깊이 새겨지고 있다.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과 인지, 그리고 이를 보고하는 것은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야 한다. 즉, 개인이 실제 경험한 차별이나 폭력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이 겪는 진정한 아픔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2. 사회역학적 접근과 개인의 건강
개인의 건강은 단순히 의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사회역학적 접근은 이러한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우선,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은 여성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구직 과정이나 직장 생활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하며, 이러한 차별 경험은 여성의 자가 평가 건강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의 경우 학교폭력 경험이 우울증 유병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사회적 경험의 차이가 개인의 건강 수준 차이를 야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계층에 따른 건강 격차도 크게 나타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개인일수록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고 건강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해부학 실습을 위해 그들의 시체가 의과대학에 제공되는 등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개인의 건강은 단순히 의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의료적 접근을 넘어 사회역학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1.3.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이 연구의 목적은 개인의 질병이 단순히 의료 기술로는 완전히 해결하기 힘든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사회적 질병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를 통해 제시하여, 건강과 사회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건강을 위해 사회구조적 원인에 주목할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2.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2.1. 여성의 차별 경험과 건강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성 직장인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구직 과정이나 일터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차별받은 여성은 건강 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실제로는 가장 많이 아팠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은 '차별을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것', '그 인지한 차별을 보고하는 것'으로 구분되는데, 비슷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고, 차별을 인지한다고 해서 모두가 이를 연구자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차별 경험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할 때는 질적 연구가 더 적절할 수 있다.
여성은 구직 과정이나 일터에서 겪는 차별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차별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2.2. 남성의 학교폭력과 정신건강
학교폭력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발달단계 중 하나인 학창시절에 발생하므로, 그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학생들의 우울 증상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학교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7배, 도움을 요청했던 학생들보다도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학교폭력 피해 자체가 큰 문제이지만, 피해 경험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여학생과 남학생의 반응은 차이가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답한 여학생의 우울 유병률은 무경험 여학생과 차이가 없었으나, 남학생의 경우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남녀의 태도와 인식이 다름을 의미한다. 남학생들은 피해 경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저 참아내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정신건강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이 남학생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단순히 피해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예방과 더불어 피해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이 경험을 공개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2.3. 차별의 이해와 측정에 대한 고찰
차별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차별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다. 하버드보건대학원의 낸시 크리거 교수는 차별을 '차별을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것', '그 인지한 차별을 보고하는 것'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한다.
개인이 차별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성 노동자들이 구직 과정이나 일터에서 겪은 차별을 남성 노동자와 달리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여성들이 차별 경험을 인지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차별을 모두 연구자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구직 면접에서의 성차별 경험을 여성들이 보고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예민한 문제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별 경험, 인지, 보고의 세 단계가 모두 중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