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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열녀전은 여성의 절개와 충절을 다루는 대표적인 고전 소설이다. 이 작품들은 여성 인물들의 고결한 행위와 희생을 통해 전통적인 윤리관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녀 담론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과 한계가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열녀전과 관련 논의들을 통해 전통 사회에서의 열녀 개념과 그 표현 양상을 살펴보고,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열녀 담론의 변화와 그 의의를 고찰함으로써 보편적 윤리관 정립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경판 열녀춘향전과 열녀함양박씨전, 열부론 등의 주요 내용과 특징을 비교 분석할 것이다.
2. 경판 열녀춘향전의 구조와 특징
2.1. 이본 간 내용 비교
제공된 두 작품『경판 열녀춘향전』과『열녀함양박씨전』은 동일한 열녀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그 내용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경판 열녀춘향전』에서 춘향은 기생의 딸로 등장하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이이와의 사랑을 표현하는 반면, 『열녀함양박씨전』의 박씨는 성참판의 딸로 기생이 아니라 보다 고귀한 신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절을 지키고자 하는 두 인물의 태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경판 열녀춘향전』의 춘향은 이이의 청혼을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의지로 백년가약을 맺으며, 이후 이이가 부임한 새로운 관리에게 수청을 들라는 요구를 거부하는 등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이와 달리 『열녀함양박씨전』의 박씨는 수절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 속에서 고민하며 결국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열녀의 수절에 대한 묘사가 있으나, 그 표현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경판 열녀춘향전』에서 춘향은 자신의 행동을 당당하게 변호하며 관리에게 저항하지만, 『열녀함양박씨전』의 박씨는 수절의 고통 속에서 갈등하다 결국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내린다. 이는 춘향의 적극성과 박씨의 수동성이라는 대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두 작품은 모두 열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주인공의 신분과 태도, 수절에 대한 묘사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관점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2.2. 열녀와 수절의 표현 방식
춘향의 모습은 기생 신분의 한계를 넘어선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도령과의 상견례 과정에서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치맛자락을 찢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이는 수동적이고 복종적인 전통적 여성상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한 춘향이 옥중에서 견디어 내는 고통과 행색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곤장을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 모습, 거의 다 무너진 집에서 기거하는 모습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춘향의 절개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작품은 기생이라는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절개를 지키려는 춘향의 모습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한편, 이 전이나 조 씨 과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은 수절이라는 규범이 여성들에게 지나치게 강요되는 상황을 비판한다. 이해할 수 없는 자발적 자살에 이르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절개를 입증하려는 여성들의 모습은 당대 사회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