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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향연은 플라톤이 남긴 대화편들 가운데 사랑에 대한 논의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갈망과 열망이 드러난다. 지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인물들이 모인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사랑에 대해 저마다의 견해를 펼쳐놓는다. 그 다양한 목소리들이 서로 맞물리며 독자의 마음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의 본질을 추구하는 과정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어떤 이는 사랑을 인간 사이의 애정으로 말하고 또 다른 이는 더 높은 차원의 아이디어와 연결된 경이로운 갈망으로 주장한다. 모두가 마치 제멋대로 말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일정한 흐름이 있는 듯하다. 술과 담소가 오가는 중에 때로는 사려 깊은 대화가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흥분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사랑이라는 말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소크라테스가 주장을 독점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번갈아 가며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의 성격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펼쳐놓는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사랑을 매우 인간적인 감정으로 표현하고, 또 다른 인물은 우주의 신비와 연결된 큰 힘으로 그려낸다. 마치 작은 무대에서 여러 배우가 차례로 등장해 다양한 극을 선보이듯, 대화가 전개되는 양상이 사랑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독자도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대화가 전개되는 과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되 각자의 경험과 관념을 담아 사랑을 말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즉, 누군가는 사랑을 육체적 매력에 대한 갈망으로 묘사하고, 또 다른 이는 지적이고 정신적인 결합을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미와 진리를 함께 찾아가는 길로서의 사랑도 등장한다. 이처럼 사랑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교차하며 움직이는 것이 흥미롭다. 사랑 한 가지를 놓고도 사람들은 이렇게나 폭넓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 역시 머릿속에서 여러 관점을 오가게 된다. 현실적인 감정에서 시작한 사랑이 어떻게 높은 차원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지 알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관념적인 추구가 결국 구체적인 인간적 애정으로 귀결되는 장면도 체험하게 된다. 이야기의 가장 큰 흐름은 에로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현대에 익숙한 개념으로 보면 에로스는 흔히 육체적 욕망에 가까운 개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 에로스는 훨씬 더 폭넓은 의미로 제시된다. 영혼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도록 이끄는 힘이자, 아름다움 그 자체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생겨나는 불가해한 매혹이다. 거기에는 육체와 정신이 복합적으로 얽힌 힘이 꿈틀거린다.
그런데 대화에 참여한 인물들 중에는 이와 정반대되는 생각을 펼치는 이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