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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일정책의 역사와 현황
1.1. 남한의 통일정책 변천
1.1.1. 1950년대-1960년대: 반공과 북진통일론
정부 수립 이후 1960년대 말까지 북한은 '반국가단체', 또는 '수복'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 시기 남한의 통일방안은 '남북 자유 총선거에 의한 단일국가 수립'이었다. 이승만 정부는 북한 정권과의 협상을 배제한 채 국내적으로는 북한 지역의 주권 회복을 위한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주도 아래 유엔에서 결의한 바 있는 유엔 감시 하의 남북한 총선거 원칙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과 구소련은 이러한 제안을 거부했고,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는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보다는 남한의 혁명화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이승만 정부는 전쟁 이후 반공 반북 분위기 속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일체 거부했고, 국내적으로는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내세웠으며 국제적으로는 형식상 유엔 감시 하의 인구 비례에 의한 평화적 자유 총선을 통한 통일방안을 견지했다. 이러한 이승만 정부의 북진통일론은 결국 6·25전쟁의 발발과 그에 따른 남북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1.1.2. 1970년대: 7·4 남북공동성명과 평화통일 기반 마련
197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6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한 박정희 정부는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통일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1972년 7월 4일, 남북 양측의 고위 당국자 사이의 비공개 접촉과 상호 방문을 거쳐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당국 간 합의 문서라 할 수 있는 '7·4 남북공동성명'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되었다. 이 성명에서 남북은 통일의 3대 원칙으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천명하였다.
구체적으로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통일이 민족자주의 원칙하에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한 것으로, 남북 양측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합의한 통일 원칙이었다. 이후 정부 당국 간의 '남북조절회의'와 민간 차원의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동시에 진행되었다.
특히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의 '평화통일 3단계 기본원칙' 발표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반도 평화정착 → 상호 문호개방 및 신뢰 회복 → 남북한 자유총선거라는 단계적 통일방안이었다. 이를 통해 선(先) 평화정착 후(後) 통일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1970년대 남북 양측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통일의 대화와 협상 채널을 마련하였고, 통일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1.1.3. 1980년대: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
1982년 1월 22일 대통령 전두환이 국정 연설에서 발표한 통일 방안이다. 이 방안은 ① 남북한 대표들로 민족통일협의회를 구성하고, ② 이 협의기구에서 통일헌법 초안을 마련하며, ③ 남북한 전역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헌법 안을 확정·공포하고, ④ 확정된 통일헌법에 따라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 국회와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통일을 완성한다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이 방안은 기존의 통일방안들과 달리 통일의 과정을 좀 더 구체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즉, 남북한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통해 통일헌법을 만들고, 국민투표를 거쳐 이를 확정하며, 자유로운 총선거를 통해 통일 정부를 구성하는 단계적인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또한 이 방안은 이전의 통일방안들과 달리 '민족화합'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의 통일방안들이 주로 정치·군사적 접근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은 민족 공동체 회복을 통해 평화롭고 민주적인 통일을 이루고자 했다.
이처럼 전두환 정부의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은 실질적인 통일 과정을 제도화하고, 민족화해와 민족통합을 중시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1.4. 1990년대 이후: 남북연합을 통한 점진적 통일 추구
1990년대 이후 남한의 통일정책은 남북연합을 통한 점진적 통일 추구에 중점을 두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 아래 "공존공영 → 남북연합 → 단일민족국가"의 3단계 통일 과정을 제시한 것이었다.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남북정상회의를 최고결정기구로 하고, 남북각료회의와 남북평의회를 구성하여 통일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또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총선거를 통해 통일국회와 통일정부를 수립하며, 단일국가·양원제·민주공화체제를 통일국가의 미래상으로 제시하였다.
이후 김영삼 정부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통해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의 3단계 통일 과정을 구체화하였다. 특히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남북 간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정치적 통합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 남한의 통일정책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통일국가 수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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