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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춘풍전 비평
1.1. 고소설론과 작가
고소설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는 고소설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말여초의 전기소설은 육두품 출신 문인의 문제의식과 목적의식이 설화와 결합하여 출현하였다. 이러한 전기소설은 소설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기적 설화의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요소가 비판적 사대부층의 당대 현실 인식을 통해 재창조되면서 소설의 영역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고소설의 유형 중 애정소설은 순수한 청춘남녀의 애정을 다루고 있는데, 작품의 소설사적 의의는 후반부의 낭만적 성향이 전기적 설화에서 전기소설로, 그리고 전기소설에서 전기성의 색채를 점차 벗어내는 사실적 소설로, 그리고 후대의 한글소설에서 보이는 낭만적 혹은 관념적인 대중소설로 이어지는 소설양식의 통시적 변화 과정에 나타나는 전이적, 이행적 형태라는 데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설화의 환상적, 낭만적 요소가 비판적 사대부층의 당대 현실 인식을 통해 재창조되면서 소설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소설의 비평과 향유에 있어서 고소설의 독자층은 근대소설의 독자층 형성의 바탕을 이루었다. 즉 고소설이 보급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이 소설을 향유하게 되었고, 이는 후대 근대소설의 독자층 형성에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또한 고소설 향유에 있어 여성 독자층의 등장과 확대가 주목되는데, 이는 한글의 보급, 여성들의 문예에 대한 욕구, 근심 해소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고소설 작가들의 문학관과 사상을 살펴보면, 김시습은 저승과 이승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는 일원론적 관점을 보였고, 허균은 문학의 보편성과 자국어문학의 가치를 주장하였다. 또한 김만중은 문학이 근본적으로 자국어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비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고소설 작가들의 사상과 문학관은 당대 문학 담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1.2. 고소설의 유형과 특징
신비소설은 인간세계에서 비인간세계를 경험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이중세계를 출입하므로 일반 지상세계만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와 대조되며, 액자형 소설 또는 이야기 중의 이야기인 화중화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신비소설들은 작자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대 설정에서 나온 것이며 호기심을 유발한다.
의인소설은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으로 행세하는 작품이다. 가전체, 활인체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현실적인 소재로 확대되면서 그 시대상을 잘 나타냈다. 이것 또한 작가가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하는 수법이다. 의인된 대상에 따라 인간의 마음, 동물, 식물, 사물로 구분할 수 있다.
애정소설은 청춘 남녀의 순수한 애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춘향전, 숙향전, 숙영낭자전, 채봉감별곡 등이 있으며, 그 결과가 아름다운 만큼 과정이 험난한 고진감래의 구조가 특징이다.
가정소설은 이미 결혼한 사람들의 사랑, 싸움, 갈등을 다룬 작품과 대를 이어 전해지는 가문소설을 포함한다. 당대 가정사에는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전, 사씨남정기 등이 있으며, 누대 가정사인 가문소설로는 완월회맹연, 보운기우록, 낙성비룡 등이 있다. 이는 한국인의 혈통의식과 족보의식이 배경에 깔려있다.
도덕소설은 신앙이나 윤리, 가치적인 면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충효, 열, 우애, 의리 등 윤리적 주제를 표방하여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었다. 심청전, 흥부전, 춘향전, 창선감의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역사소설은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작가가 약간의 허구를 가미한 작품이다. 개인의 역사성과 다수인물의 역사성이 드러나며, 임진록, 박씨전, 한중록 등이 대표적이다.
군담소설은 실제로 있지 않지만 영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주로 중국을 배경으로 한 허구적 역사 소설로, 유충렬전, 신유복전, 장백전, 홍길동전 등이 있다.
해학소설은 권위 있는 대상을 풍자하거나 인간의 약점을 웃음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박지원의 허생전, 호질, 양반전 등이 대표적이며, 판소리계 소설에서도 해학과 풍자가 나타난다.
이처럼 고소설은 신비, 의인, 애정, 가정, 도덕, 역사, 군담, 해학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되며, 각 유형별로 특징적인 주제의식과 서사구조, 문체 등을 보인다. 이를 통해 당시 사회와 독자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고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1.3. 고소설의 창작과 향유, 비평
고소설의 독자(층)은 근대소설의 독자층 형성의 바탕을 이루었다. 고전산문 작품들은 궁중에 유입되어 읽혔고, 일부 작품들은 중인층 독자와 관련이 있었다. 또한 많은 근대소설 작가들이 고소설을 통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고소설 독자들은 필사 과정을 통해 글씨와 문장을 연습하고 교양을 쌓았다.
고소설에 대한 정통적 문학관에는 비판적 시각들이 존재하였다. 고소설은 풍속을 어지럽히고 세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고소설의 교훈성과 효용성을 인정하는 견해도 있었다. 고소설의 감염력과 교화 효과를 긍정한 것이다. 특히 목태림은 『韓東傳』을 창작하면서 고소설의 교훈성을 내세운 바 있다.
고소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고소설의 허구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무릇 마음이 있는 바가 생각이요, 생각이 꾸며낸 것이 꿈이라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고소설의 허구적 성격이 오히려 진실성 있는 문학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한문학 중심의 고전비평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향점들이 등장하였다. 허균은 문학의 보편성과 자국어문학의 가치를 인정하였고, 박지원은 기존의 권위와 위엄에서 벗어나 '동심'의 문학론을 제시하였다. 김만중은 자국어에 입각한 문학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한편, 고소설 작품들에서는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세책방을 매개로 작자와 독자가 교류하기도 하였고, 판소리계 소설에서는 서술자의 편집자적 논평과 개입이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고소설에 대한 향유와 비평이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 독자층의 등장과 확대도 두드러진다. 한글의 보급, 여성들의 문예에 대한 욕구, 여가 시간의 선용 등으로 인해 여성 독자층이 점차 확대되었고, 이는 근대소설 창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고소설의 창작과 향유, 비평은 다층적인 양상을 보인다.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 문학에 대한 다양한 인식, 독자층의 변화 등이 어우러져 고소설 전통이 형성되고 발전해왔다. 이는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맥락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4. 고소설 작가의 사상과 문학
김시습은 소설을 통해 이사거사(以邪去邪)의 글쓰기 방식을 활용하였다. 이는 악한 것을 통해 악한 것을 몰아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 일부를 보면, 염왕이 박생에게 염왕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손수 선위(禪位)문(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