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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자 의료 데이터의 거래
1.1. 약국의 보건의료 데이터 수집
1990년대 후반,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태리타운 약국을 방문한 데보라 필은 자신의 가족 환자 데이터가 약국의 컴퓨터에 입력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약국주인에게 왜 컴퓨터를 설치했는지 물었다. 이는 약국에 무료로 처방전 프로그램을 설치해 준 거대 제약회사와 의료계를 상대로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소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데보라 필은 정신과 의사들과 일하며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의무기록, 보험청구 자료 등이 얼마나 멀리 유통되고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정신의학계의 아웃사이더였던 데보라 필은 정신과 환자의 비밀이 새어나가면 큰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약국의 처방전 데이터는 환자의 내밀한 정신건강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1971년 닉슨 대통령 당시 일어난 데니얼 엘스버그의 펜타곤 페이퍼 유출 사건에서 보듯이, 이러한 개인 정보의 유출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이에 데보라 필은 약국에 새로 설치된 컴퓨터를 보고 환자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것을 우려하게 되었다.
1980~90년대 컴퓨터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보건의료 기업들에게 거대한 상업적 기회가 열렸다. 약국, 병원 등에서 방대한 양의 전자 의무기록이 생산되었고, 이를 활용하여 데이터 중개 업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들 중개 업체는 원래 생산되던 데이터를 이용해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때로는 중복해서 여러 기업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렇듯 약국의 전산화로 인해 환자의 내밀한 정보가 데이터 중개업체로 유출되기 시작했다. 이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였지만, 당시 대부분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러한 데이터 거래 관행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1.2. 데이터 중개업체의 등장과 발전
1980~90년대를 휩쓴 급격한 컴퓨터화는 보건의료 관련 기업들에게 거대한 상업적 기회를 열어주었다. 정부의 규제와 보험 청구 업무로 인해 어마어마한 분량의 서류 작업이 필요했는데, 전산화는 그 과정을 크게 간소화했다. 더구나 이 모든 정보를 기계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가 돈을 주고 살 만한 부산물도 생산되었다. 약국을 비롯한 보건의료 부문의 여러 중개기업들은 이제 그들이 원래부터 생산하던 데이터를 이용해서 돈을 벌게 되었다. 재수가 좋은 경우에는 그 부산물을 서로 다른 기업에게 여러 차례 중복해서 팔기도 했다.
아크라이트, 아이엠에스 등 다른 데이터 채굴회사들은 1970년 초반부터 시작된 선구자적 작업으로 처방전 사본을 상당부분 얻을 수 있었다. 1997년 월그린은 전국 모든 지점을 약품을 재처방받을 수 있도록 전산화 했다. 미국 최대 보험약제 관리기업인 씨브이에스 케어마크나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같은 통신판매 약국들도 새로운 시장에 참여했다. 대다수 약국의 침묵 속에서 약국체인들은 처방전을 익명화한 복사본을 팔아 돈을 버는데 만족하고 있다. 약국체인에 연락을 취하고 책임자에게 데이터 판매에 대해 질문하면 판매, 고객정보 외부공유, 데이터 활성화 조치 등에 침묵한다. 처방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지 결정하는데 소비자 역할에 대해 그는 환자는 이 과정의 당사자가 아니며, 그들의 이름과 처방전 사이의 연결점이 모두 삭제되었다는 구실을 제시한다.
처방전은 건강데이터 시장에서 거래되는 정보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토머스 메니건은 현재 6만 2천명의 미국약사협회의 최고경영자이다. 초기에 약국 데이터는 오로지 그의 컴퓨터에만 저장되어 있었다. 몇 년이 흐른 후 의약품 보험청구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송신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약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의학적으로 가치 있는 통찰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데이터 중개업체의 등장과 발전은 보건의료 데이터 거래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1.3. 의료 데이터의 상품화
의료 정보의 전산화는 불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의무기록, 처방전, 보험 청구 내역 등의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면서 이는 거대한 상품으로 거래되게 되었다.
약국은 환자들이 방문해 받은 처방전 내역을 정기적으로 수집하여 제약회사와 데이터 중개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약국이 보유한 이러한 처방 데이터는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이 되었으며, 제약회사는 이를 통해 의사들의 처방 패턴을 분석하고 신약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