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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가와 역사 해석
1.1. 실증주의와 객관적 사실
19세기는 실증주의의 시대였다. 실증주의적 역사가들은 '사실 그 자체로서의 역사'를 숭배했다. 이들은 정확한 사실을 역사가에게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라고 여겼다. 반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역사 해석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역사가의 주된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일이며,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실 속에 살아 있는 과거이다.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에 의해 지위가 결정되며, 역사가의 해석이 역사의 객관성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상호 공존하며 소통해야 한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1.2. 역사 해석의 중요성
역사 해석은 역사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현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기록이 아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콜링우드의 주장처럼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이미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역사가의 해석에 따라 과거의 의미가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다. 역사적 사실 자체에 담긴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역사가의 관점과 당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 해석의 중요성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그 의미를 현재적 시각에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역사 해석을 통해 우리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으며,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관점의 역사 해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요컨대 역사 해석은 과거와 현재, 이해와 실천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1.3. 콜링우드의 역사관
콜링우드는 역사철학이 '과거 그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과거 그 자체'와 역사가의 '사유'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역사철학은 이 두 가지, 과거와 역사가의 사유에 관한 것이다.
또한 콜링우드는 모든 역사가 '사유의 역사'라고 말한다. 즉, 역사는 사유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가가 그 사유를 자신의 정신 속에 재현하는 것이다.
더불어 콜링우드는 역사는 역사가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직 '역사를 서술하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콜링우드의 이러한 역사관은 몇 가지 중요한 진리를 간과하고 있다. 첫째, 역사를 서술할 때 역사의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굴절된다. 둘째, 역사가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그들의 행위에 배후에 있는 생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과거로 갈 수 없고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망할 수 있다. 넷째, 역사가도 자신의 시대에 속하는 사람이므로 인간의 존재 조건 때문에 그 시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콜링우드의 역사관은 역사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 역사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모든 객관적인 역사를 배제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중 어느 것이 올바른지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역사는 의미가 무한하기 때문에 더 올바른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 해석이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다고 해서 원칙적으로 객관적인 해석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역사에서의 객관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드시 고찰해야 한다.
2. 역사가의 역할과 객관성
2.1. 사실과 해석의 상호작용
사실과 해석은 역사 서술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역사가는 과거의 사실을 탐구하여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사실 자체로는 역사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역사가의 해석이 더해져야 비로소 역사로 승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역사가는 사실을 바탕으로 나름의 관점과 의미를 부여하여 역사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역사가의 해석이 개입되어 굴절된 형태로 나타난다. 역사가는 자신이 탐구하는 과거의 인물들의 내면과 행위의 동기를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가 자신도 현재에 속한 존재이기에,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즉, 과거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역사가와 역사 사실은 상호작용하며, 역사가의 해석은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