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소개
(1) 책을 읽게 된 계기
'인간은 왜 이타적인가?'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주제 중 하나였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때때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돕기도 한다. 이 인간의 이기성과 이타성이라는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성향이 공존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이 모순적인 인간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했던 나에게 '이기적 유전자'는 단순한 생물학 책이 아닌 하나의 철학적 안내서와 같이 다가왔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였다. 진화심리학 강의 중, 교수님께서 인간의 행동이 본능적이며 진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을 하시면서 이기적 유전자를 언급하셨다. 그때는 유전자라는 단어가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처럼 느껴져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강의가 거듭될수록 진화론과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은 점점 깊어졌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흥미 반 기대 반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전까지 막연히 알던 진화론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다.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이 개체나 종을 중심으로 설명되었던 반면, 도킨스는 유전자가 진화의 실질적인 주체라고 주장하며 내가 가진 사고방식에 큰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인간의 도덕성이나 협력 같은 고등 심리 현상조차 유전자의 복제 전략으로 해석된다는 주장은 처음엔 생소하고 심지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도발적인 주장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담겨 있었고, 그 체계적인 서술에 끌려 나는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편이다. 인간의 감정, 행동, 사회적 제도들이 모두 진화라는 커다란 흐름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인식은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학적 사실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준 책이자 삶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타성'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나의 기존 도덕관에도 강한 도전장을 내민 책이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돕는 행동을 선하고 고귀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도킨스는 이러한 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