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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국어의 품사체계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1.1. 서론
국어의 품사체계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매우 다양하다. 특히 서술격 조사 '이다'를 둘러싼 논의는 국어문법 연구사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이다. '이다'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특성으로 인해 어떤 범주로 처리하든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 또한 용언 '있다'는 동사와 형용사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품사 분류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서술격 조사 '이다'와 용언 '있다'에 대한 기존 연구 성과들을 검토하고, 국어의 품사체계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국어 문법 체계 정립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2. 서술격 조사 '이다'에 대한 연구 성과
1.2.1. 서술격 조사설
'이다'의 서술격 조사설은 '이다'가 체언과 결합하여 체언을 서술어로 기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 설에 따르면 '진수가 일등이다.'에서 '이다'는 '일등'이라는 체언에 결합하는 조사이며, '이다'가 앞의 체언의 격을 서술어로 정해준다. 하지만 '이다'는 '-이고, -이면, -이었다' 등 용언처럼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격조사들과 다르다. 즉, 형태를 기준으로 품사 분류를 할 때 다른 조사는 모두 불변어지만, '이다'만 가변어로 처리되는 체계상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또한 '체언이 다른 문장 성분과 가지는 문법적 관계'라는 격의 정의에서 '서술격'이 온당한 지위를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술격 조사가 체언 외의 품사에 결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격조사는 체언에 붙어 문장 안에서의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인데, 서술격 조사는 '그것은 그녀가 예뻐서이다.'처럼 그 쓰임이 다양하다. 즉, '이다'는 형태론적, 통사론적으로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서술격 조사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다'의 범주 설정은 전통적인 문법 설명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1.2.2. 용언설
1.2.2.1. 지정사설
최현배는 '이다'를 지정사(잡음씨)라고 주장한다. 잡음씨는 풀이씨의 한 가지로, 여김 잡음씨와 안여김 잡음씨가 있다. 여김 잡음씨는 '무엇이 무엇이다.'라 여기는 잡음씨로 '이다' 하나이며, 안여김 잡음씨는 '아니다' 하나뿐이다. 최현배는 '이다'와 '아니다'는 체언과 결합하여 체언을 지정해주는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독립된 품사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정사설은 '이다, 아니다' 단 두 단어만을 위한 품사 설정이 합리적이지 않으며, 다른 용언과 비교할 때 용언으로서의 의미 즉, 어휘적 의미를 가지지 않고 기능적인 의미만을 지닌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다'를 독립적인 품사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정사설은 '이다'의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단 두 가지 단어만을 위한 품사 설정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다'가 체언과 결합하여 체언을 서술어로 기능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서술격 조사로 보는 견해나, '이다'의 활용적 특성을 고려하여 용언으로 보는 견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다'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다'의 품사 설정과 지위는 국어 문법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1.2.2.2. 형용사설
'이다'를 형용사로 보는 견해는 명령형·청유형 어미 및 현재 시제와 결합할 수 없는 점, '이다'와 형용사인 '아니다'가 같은 계열의 품사로서 유사한 활용을 보이는 것 등을 근거로 한다. 또한 '이다'는 '이고, 이니, 이었다' 등 활용을 하므로 조사가 아닌 용언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이다'는 형용사와 달리 '책이로군, 가을이로구나'처럼 '로'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이처럼 '이다'의 활용 양상이 형용사와 차이를 보이므로, '이다'를 온전한 형용사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다만 용언으로서의 특성이 잘 드러나며, 이는 조사로 보기 어려운 단서가 된다.
결국 '이다'의 문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이다'가 가진 독특한 속성 때문이다. '이다'는 활용을 한다는 점에서 용언의 성격을 지니지만, 그 밖에 다른 용언과 구별되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다'의 품사를 명확히 규정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에 대한 학자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1.2.3. 접사설
접사설은 '이다'를 비자립적인 문법형태소로 보며, 선행 체언의 품사를 전성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이다'의 의존적 성격이나 체언을 용언화한다는 성격을 고려하여 '-답-, -스럽-'과 유사한 파생 접미사로 본다. 하지만 '이다'는 결합에 제약이 없어 조어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 즉, '이다'의 '-이'를 접사로 보면 '이'가 결합된 모든 단위가 파생어로, '책이다, 닭이다'처럼 파생어 양이 너무 많아진다. 또한 '그곳은 도시다'처럼 '이'가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파생 접사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다'는 한국어에서 사용 빈도가 아주 높은 형태로서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품사 설정 및 지위는 '이다'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특성으로 인해 어떤 범주로 처리하든지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 따라서 학문문법, 학교문법 모두가 참조할 만한 표준 국어 문법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다'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쟁점 중 하나이다.
1.3. 용언 '있다'의 동사, 형용사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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