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한국현대문학사 1
1.1. 한국 근대문학의 성립
1.1.1. 국어국문운동과 근대문학의 성립
국어국문운동과 근대문학의 성립
개화계몽 시대의 국어국문운동은 한국 사회의 근대적 변혁에서 자연스럽게 촉발된 문화 운동이다. 이는 서양이라는 타자의 존재를 통해 주체로서의 '조선'과 '조선민족'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국어국문운동은 민족의 주체적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자국의 고유 문자와 언어, 즉 국어와 국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동학농민혁명운동과 정치개혁운동 등은 이러한 국어국문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운동은 민족 자체의 동일성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언어와 문자에 주목하였다. 동학의 이념이 국문으로 이루어진 가사를 통해 민중에게 널리 전파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치개혁운동에서는 독립신문을 통해 당대의 정치적 담론을 국문으로 새롭게 구성하였다. 이처럼 국어국문운동의 확대는 한국 사회의 근대적 변혁을 상징하는 중요한 징표이다.
국어국문운동은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국문 사용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었고, 국문 신문과 잡지의 간행이 이루어졌다. 주시경은 국어와 국문사용으로 언어와 문자의 통일을 통해 민족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개화계몽 시대에는 국문만으로는 새로운 지식의 수입이 어려웠기에 유길준은 국한문 혼용 방식을 실용화하였다. 이는 문자로서의 한자가 지닌 국문의 감응력을 결합시킨 방식이었다. 국문체와 문체의 근대성은 이처럼 국어국문운동이 확대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이를 통해 한국인들의 사회관계와 이념, 가치가 국문체를 통해 표현될 수 있었다.
국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학 양식의 변화도 나타났다. 자기 민족의 언어와 문자로 이루어진 문학이 진정한 민족문학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민족의 정서를 국문을 통해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국문문학이 확립되었다. 이로써 글쓰기와 글읽기의 계급적 폐쇄성을 벗어나 일반 대중의 언어 문자 생활이 가능해졌다.
1.1.2. 국어국문운동과 국문체
국어국문운동은 조선 사회의 근대적 변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촉발된 문화 운동이다. 국어와 국문의 활용을 통해 낡은 제도와 관습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가치 개념을 대중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국어국문운동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국문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국문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널리 공유하고자 함이며, 다른 하나는 조선의 고유한 글인 국문의 독자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국문의 사용은 단순히 대중화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국어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개화계몽 시대에는 한문을 중심으로 했던 지배층의 문자 생활이 국문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국한문이 등장하였다. 이는 국문에 한자를 혼용하는 절충적인 표기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한문투의 문장 구조를 벗어나게 하였으며, 국문 전용의 가능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어국문운동은 한국인들의 문자 생활에서 국문의 사회 문화적 확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국문체의 발전은 개화계몽 시대의 문학 양식 변혁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문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지배 계층의 이념과 사상을 대변해 온 매체였으나, 국문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전문적인 문인 계층의 등장과 직업으로서의 문필업이 생겨나는 등 국문운동에 따른 독자층의 확대도 문학 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를 통해 국어국문운동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변혁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계기가 되었다.
1.1.3. 새로운 글쓰기로서의 문학
국문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문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문체 변혁이 가능해지자, 새로운 글쓰기로서의 문학의 다양한 양식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기 민족의 언어와 문자로 이루어진 문학만이 진정한 민족문학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민족의 정서를 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통해 주체적으로 표현화하는 국문문학의 확립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언어가 문자가 사회적인 지위나 학식과 덕망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합리적이고도 공공적인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글쓰기와 글읽기의 계급적 폐쇄성을 벗어나 일반 대중의 개방적인 언어 문자 생활이 가능해지기 시작한 새로운 글쓰기의 시대에서부터 근대적인 것들의 실질적인 출현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국문문학이 민족의 정서를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문자 생활의 대중화를 통해 근대적 문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는 언어와 문자의 민주화가 곧 문학의 근대화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국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글쓰기의 확립은 계급적 폐쇄성을 극복하고 민족문학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국문운동을 통한 글쓰기와 글읽기의 민주화는 근대적 문학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적인 계기였던 것이다.
1.2. 서사 양식의 확대와 분화
1.2.1. 개화계몽 시대 서사 양식의 분화
개화계몽 시대 서사 양식의 분화이다. 신채호는 소설을 '국민의 혼' 또는 '국민의 나침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채호가 내세운 소설 개혁에 대한 주장은 근대적인 의미의 소설 개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견해 가운데 소설의 내용과 문체에 대한 주장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소설에서 소재의 사실성과 그 내용의 윤리성을 강조하였다. 이해조가 소설의 기능 또는 목적을 영향과 재미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놓은 것은 흥미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개화계몽 시대의 서사 양식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2.2. 영웅 전기와 반식민주의적 성격
개화계몽 시대의 영웅 전기는 두 가지의 특징을 보여준다. 하나는 국가와 민족의 존망의 위기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 위기를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영웅적인 인물이 민족의 내부에서 출현하여 민족적 역량을 모두 집결시킨다는 점이다.
개화계몽 시대의 영웅 전기는 식민지 현실의 모순을 폭로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계몽적인 의도로 당시의 시대적 조건 속에서 민족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영웅적 인간성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침략적 외세에 대응하기 위한 계몽적인 의도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작가로 장지연과 신채호를 들 수 있다. 장지연의 「애국부인전」은 프랑스 백년전쟁 당시의 여성 영웅이었던 잔 다르크의 일생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잔 다르크의 용맹과 애국 충정을 본받아 국가의 자주 독립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침략적인 외세로서의 영국군과 위기에 몰린 프랑스의 상황을 강조함으로써 당시 한국의 현실을 우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채호는 역사 속에서 활동했던 영웅들의 행적을 모범으로 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국적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전의 양식을 서사적으로 확대시키면서 그 담론 구조를 논설적으로 변형하였다. 국권회복을 위해 위인 열사들의 영웅적 행동이 무엇보다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영웅의 일대기를 소설로 만드는 것이 민중 교화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개화계몽 시대 전기 양식의 담론 구조는 외세 침략에 대응하는 민족 내부의 역량의 제고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체와 타자의 구획논리를 강조한 계몽담론의 정치적 속성을 지닌다. 이들 작품은 국가와 민족의 존망의 위기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드러내면서, 그 위기를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영웅적인 인물이 민족 내부에서 출현하여 민족적 역량을 집결시키는 양상을 보인다. 이를 통해 일제의 보호론적 식민주의 담론을 거부하고 그 허구성을 공격하고자 하였다.
1.2.3. 풍자와 우화 그리고 현실 비판
우화와 풍자는 인물이나 서사 구조보다는 말하기 방식 자체를 통해 당대 사회의 지배 담론의 논리적 모순을 비판하고 이를 해체시키고자 한다. 개화계몽 시대 서사 양식에서 우화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것이 바로 풍자이다. 풍자라는 개념은 어떤 주제나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그것에 대한 멸시, 분노, 냉소 등의 태도를 환기시킴으로써 그것을 격하시키는 문학적 기법을 의미한다.
개화계몽 시대의 우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하나는 우화적인 상황을 중시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우화적 성격을 중시하는 경우이다. 우화는 현실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는 당대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않거나 제거되었던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제기하는 데 활용되었다.
「자유종」은 토론의 방식을 서사 담론의 기술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풍자 양식의 대표적 예이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들이 모여 국가의 자주 독립, 사회 개혁 등 당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개화계몽 시대의 우화와 풍자는 식민주의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담론 주체 또는 그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담론의 공격성이 중시되었다.
우화와 풍자는 현실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즉, 당대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않거나 제거되었던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제기하는 데 활용되었다. 우화적 상황과 풍자적 어조를 통해 식민지적 현실의 모순을 폭로하고자 했던 것이다.
특히 「자유종」에서는 토론이라는 서사 담론 기술을 활용하여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를 통해 당시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피력하고자 했다. 풍자는 현실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또한 「자유종」과 같은 작품에서는 현실의 모순을 토론이라는 서사 방식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기존 서사 양식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즉, 우화와 풍자는 개화계몽 시대 문학에서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표현하는 새로운 서사 기법으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개화계몽 시대의 우화와 풍자는 식민주의 담론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 이는 단순히 현실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
